무거운데 올라간 감정선

by 일상의 봄
04.jpg

1. 보라색

마음이 기분이 무거웠다. 그 무거움이 커졌다가, 그 무거움을 바라봤다.

* 이 무거움의 선이 위에서 활동감 있는 선이라는 게 조울증을 표현하는 것 같다. 무거운데 왜 올라와 있을까...


2. 연보라색

무거움은 가라앉아 약간의 우울감... ... 여기까지는 표면에 대한 느낌이었다.


3. 갈색

담담함... 거리둠... '처음이 아니잖아' 하는 약간의 포기


4. 파란색

차분하게 가라앉는... 이 가라앉음은 처음으로 돌아가는 기분이라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치유의 기분.

여기서부터 조금, 아주 조금 애씀없이 힘이 나기 시작한다.


5. 녹색 글씨

약간 기분이 좋아진다. 가벼워진다. 툭툭 털고 일어나자 싶은 마음


6. 살구색

더 연하고 가벼운 연두색+노랑색+살색 (색깔이 빨리 교체되었다) 현재시점으로 돌아왔다.

괜찮아. 정말 괜찮다 라고 말하는 느낌. 오늘을 생각하게 된다.


7. 진분홍색

오늘 뭘할까~ 하는 생각에 여러 번 겹치는 시간이 많았다.

움직이고 싶다는 생각이 들고 계획이 생긴다. 덤덤하게 행복하다.

기분이나 머리가 맑아진다.



<그 때 나는>


처음 그림을 그리기 시작할 때, 나는 무거운 감정 속에 있었다.


가만히 눈을 감았다. 머리에서 몸통으로 주의를 이동했다. 목을 돌리며 어디 근육이 당기는지 어디가 시원한지 어디가 넓어지는지 확인했다. 내 몸 구석구석을 느끼며 천천히 이완했다.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크레파스 색깔을 하나 골랐다.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내쉬었다. 긴장을 풀고 감정이 그리는 대로 내 손을 내맡겼다.


보라색 선이 그걸 가장 잘 보여줬다. 감정선이 묵직했고, 그 무거움이 점점 커지며 나를 짓누르는 듯했다. 그런데도 그 무거움이 위로 올라가는 선으로 이어지는 게 의아했다. 조울증을 표현하는 것 같았다. 무거운데도 올라가 있다니 그 자체로 나의 복잡한 내면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마음이 묘했다.


그러다 연보라색 선으로 이어지는 감정선은 조금 가라앉았다. 무거움이 가라앉으면서 약간의 우울감이 나를 감쌌지만, 나는 그저 "이건 표면의 감정일 뿐이야"라고 생각했다. 마음속 깊은 곳까지 와닿는 감정이 아니라, 그냥 흘러가는 감정이라고 느꼈다.


갈색을 집어들었을 때는 조금 담담해졌다. 종이 위에 그려진 선을 바라보며 거리를 두니 '이런 감정은 처음이 아니야'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약간의 체념과 포기의 마음도 있었지만, 오히려 그것이 나를 편안하게 만들어줬다.


그리고 파란색으로 표현된 감정이 찾아왔다. 차분하고, 안정된 기분. 이 선은 마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며 치유되는 느낌을 주었다. 처음으로 돌아가는 기분이 들었고, 그 속에서 조금씩, 아주 조금씩 힘이 나기 시작했다. 힘을 내려고 애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그렇게 내면에서부터 힘이 생겼다.


녹색으로 칠해진 선에서는 마음이 한층 더 가벼워졌다. 감정적으로도, 신체적으로도 마치 내 안에 있는 무거운 먼지를 털어내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툭툭 털고 일어나자'하는 생각이 떠올랐고, 그 순간 나는 내가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용기를 얻었다.


그 다음 살구색으로 이어지는 부분에서는 더 연하고 부드러운 색들, 연두색, 노랑색, 그리고 살색 같은 색깔들을 빠르게 바꿔가는 내 모습을 보면서 현재 시점에 도착했다. '괜찮아, 정말 괜찮아.' 이 말을 마음속으로 반복하며, 오늘 하루를 긍정적으로 마주할 준비가 되었다고 느꼈다.


진분홍색을 집었다. 에너지와 움직임을 상징하는 것 같았다. "오늘은 뭘 할까?" 하는 기대와 계획이 떠올랐다.

보라색과 푸른색이 붉은색을 감싸고 있어서 안정감과 생기가 느껴졌다.


이 날 그린 그림을 통해, 나는 내 감정의 흐름을 따라가며 스스로를 바라볼 수 있었다. 보라색 푸른색 붉은색이 교차되면서 무거움과 가벼움, 차분함과 활기참이 서로 어우러져 나를 만나는 그림. 그 순간들이 모여, 조금씩 치유되고 있었다.


이 순간만은 나 자신이 편안했다.

머리와 마음이 맑아지는 기분 속에서 덤덤한 행복감을 느꼈다.

일상이 늘 그러했다는 듯이..


- 회상일기1 마침 -


이전 03화지금까지의 과정을 믿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