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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어의 엄마는 치즈냥

by 일상의 봄


요즘처럼 비가 왔다.

잎사귀에 투명한 물방울이 동글동글 맺혔다.


연둣빛을 띈 푸른 잎들이 땅 위로 터져 올라왔다.


숲 속의 봄 여름에는 싱그러움으로 샤워한다.

거품은 연두연두, 초록초록이다.


햇빛 좋은 날이면 색감이 더 짜릿하다.

내가 표현할 수 있는 어휘가 빈약한데,

사방에 연둣빛이 가득하면 부자 된 느낌~

젊음과 풍요로움을 느낀다.


휴대폰 사진첩을 보다가 우연히 냥이 엄마를 봤다.

젖은 걸 보니 어디 안에 들어가지 않고 비를 맞았네..


고등어 냥이의 엄마는 치즈냥이다.

그래서 냥이의 형제들은 노란 털이 섞여 있다.


새끼 고양이의 엄마는 사람을 경계했다.

배가 고파서 찾아올 때도 빙~ 돌아서 사료만 얼른 먹고 사라졌다.


그런 어미 고양이가

이 날은 한참 동안 비교적 가까이 앉아있었다.


날짜를 세어보니 이 시기는

냥이와 형제들이 태어나기 직전이나 태어난 직후다.


멀리서 예의 주시하고 있다.

새끼를 키워줄 집사를 간택하러 왔나 보다.


엄마 냥이는 예비 집사를 좀 더 지켜보기로 한다.

식빵 굽는 자세로 바꾸고 눈을 지그시 감아본다.


산에서 자란 어미 고양이는 몸이 많이 아파 보였다.

볕이 좋은 날 편안하게 앉아서 쉬는 것도 어미에겐 오랜만이다.


태어난 지 두 달 밖에 안된 새끼 고양이가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산길을, 차도를 혼자서 건너오지는 못했을 거다.


이 날 어미 고양이가 집사를 점지해 둔 것 같다.

새끼 고양이들이 젖을 뗄 무렵 한 마리를 물고

꼬부랑꼬부랑 길을 건너서 멀리 걸어왔던 것 같다.


집 앞에 놓인 새끼 고양이를 안으로 들였다.


배고픈 어미 고양이가 사료만 살짝 먹고 돌아갈 때면 새끼 고양이가 낑낑 소리를 내며 엄마를 따라나섰다. 그러나 어미 고양이는 새끼 고양이가 자신을 따라오지 못하게 했다. 완전 남처럼 매몰차게 대했다.


"나 따라오지 말고 거기서 행복하게 살아~" 하듯이.


엄마 치즈냥이야~

너의 아이는 건강하게 무럭무럭 잘 자라고 있단다.

너도 건강하게 잘 지내렴!!♡


얼마 후 새끼 고양이는 이사를 하게 되었다.

숲을 떠나 멀리 완전히 다른 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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