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산이세라 Mar 09. 2024

'브런치 작가 응원하기'에 대한 단상

작가 응원하기 제도가 생겼다고 메일이 왔길래 설정을 해보았다. 

책을 거의 사지 않고 도서관에서 빌려보면서 예외적으로 아는 분들의 책만을 구입하곤 했는데, 책 한 권에 대한 인세가 저자에게는 몇 프로 되지 않고, 대부분이 유통업체로 들어간다고 하니, 차라리 책을 살 것이 아니라 이 금액을 작가에게 직접 후원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물론 그 작가의 책을 내가 직접 소장하는 것에 의미를 둔다면 책을 구입해야 마땅했겠지만... 책을 사면서 경제적인 후원까지 염두에 두고자 한다면... 인세는 의미 없는 숫자로만 인식되었다.

그 작가들이 브런치에 있었다면, 불합리한 유통시장을 통하지 않고, 직접 응원을 할 수 있어 좋았을 것 같다. 그렇다면 기존 작가들도 차라리 브런치에 글을 쓰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책을 써서 돈을 번다는 일은 지금의 출판 현실에서 어려운 일이라고 하니 말이다. 


아이가 중학생이 되니까 이제 육아를 핑계로 마냥 집에 있기가 어색해져서 직장을 구해야 하려나 고민이었는데 이참에 글을 열심히 써볼까? 싶기도 하다. 

책을 한 권 내는 것보다, 브런치에 열심히 글을 쓰는 게 더 좋은 기회일 것 같아 보인다. 

이게 그런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한다면... 브런치 작가 되기는 좀 더 치열해지려나?

글을 쓰는 것만으로도 내 힘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방편이 생긴다면... 떠밀리듯 직장을 알아보러 밖으로 나가 헤매지 않고 이대로 좀 더 지낼 수도 있는 걸까 싶기도 한데... 아직 구독자 6명인데... 섣부른 희망인가? 

브런치 작가가 되고 나서도 그다지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방치했는데... 이제 작가 마인드 장착하고 열심히 좀 써볼까? 이런저런 생각이 든다.


'돈'이 이 세상을 지배하고, 이 세상의 신으로 군림하는 것 같은... 자본주의에 대한 저항감 때문인지...  '돈'이 목적이 되어 휩쓸리는 것 같은 마음이 되는 게 싫었지만... 이 세상에서 살아가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돈을 외면하기만 할 수도 없다... 

"글을 쓰다 보니 의도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나도 모르게 돈을 벌게 되었다"의 형태가 되기를 바랐던 것이 오히려 더 실현 불가능한 과도한 욕심이고 교묘하게 위장된 자기기만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돈을 벌기 위한 목적으로 글을 쓴다"는 싫었지만... 사실 목적 없이 글을 쓰고 있는 행위 자체를 마냥 사랑하기만 했던 것도 아니었으니...


글쓰기 모임에서 

마감시간을 지키지 못하면 벌금을 내기로 하자는 규칙을 정했을 때, 내가 가장 적극적으로 반대했었다.

글쓰기가 '돈'에 굴복한다면 자존심이 상할 것 같았는데, 왠지 벌금제도가 있으면 더 정신 차리고 글을 쓰게 될까 봐 나 자신에 대해 미리 화가 났기 때문이다. '돈'에 초연하고자 애쓰지만 결국 나는 '돈'에 움직이는 사람임이 증명되는 걸까 봐 싫었던 것 같다.

역시나... 벌금제도 이후로 가장 열심히 글을 쓰게 된 사람은 바로 '나'였다.

그 후로 글쓰기 분들 앞에서 수도 없이 자아비판을 해가며 스스로를 비웃었었다.

결과적으로 글을 많이 쓸 수 있게 되었으니 좋은 제도였던 걸까?


어떤 출판사에서 진행하는 '한 달에 한 권 함께 하기'라는 프로젝트가 있었는데, 한 달 동안 책 한 권을 정해진 분량만큼 매일 읽고 단상 쓰기를 완주하면 독서지원금 '만 원'을 지급해 준다고 하는 프로젝트였다. 아는 분들이 같이 해보자고 정보를 공유해 주었지만,  '만 원'에 왠지 쓰기 노예가 같은 기분이 들어 흘끗 보기만 헸는데 얼마 후에 읽기 책이 마침 당시 눈에 띄어 읽으려고 하던 책이라 뒤늦게 합류하게 되었다. 아무리 많지 않은 금액이라 하더라도, 하루를 빠지면 '만 원 지급'에 탈락이 되니 목표가 없는 것보다 아무래도 신경이 쓰였다. 그런데 그 이후로 별로 내키지 않는 책을 따라가며 동참하려고 하니 '만 원'이라는 목적만을 위해 영혼 없이 책 읽기를 따라가고만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들어 기분이 묘해지며 점차 게을리하게 되었다. 그런데 출판사에서는 신간을 읽기를 강요하며 구판을 읽으면 '만 원' 지급이 어렵다고 하니... 만원이 뭐라고...  협박을 받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결국 탈퇴를 하게 되었다.

굳이 만 원 지급이 없다고 하는 와중에 구판으로 계속 진행할 것인지 자문해 본다면, 계속할 마음이 없다는 것은 결국 책 읽기가 목적이 아니라 만 원 때문에 이 일을 하고 있었던 마음을 반증하는 거였나 싶기도 했다. 

함께 읽기를 여러 곳에서 진행해 보았는데, 분명 '만 원'이라는 제도가 있을 때 역시 나부터도 그랬고... 사람들도 어떻게든 그 프로젝트를 더 끝까지 해내는 효과가 있어 보였다.  

그렇다면 나는 과연 책을 읽기 위해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건지 만 원을 벌기 위해 참여했던 건지 스스로를 의심하며 혼란스러운 마음이 들 게 될 정도인데, '만 원'이라는 금액만으로도... 이렇게 순수한 읽기, 쓰기의 마음까지 교란시켜 버리는 것 같은 '돈' 

더욱 찌질한 사실은... 아마 만 원이 아니라 십만 원, 백만 원쯤 되었다면 두말없이 지속했을 거라는... 결국 금액이 소액이라 쿨하게 연연하지 않았던 거면서 돈에 굴복하지 않은 것 같은 승리감에 도취했다는 점...

결국 나는 소액에 찌질해지는 내가 싫었을 뿐... 돈 자체에 결코 초연한 것이 아니었다는 점은 분명하게 드러나는 사실인 듯하다. 

그런데... 왜 이렇게 '돈에 굴복' 이런 것에 예민했는지... 결국 누구보다도 '돈을 의식'하고 근본적으로 돈을 기준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는... 태생부터 뼛속까지 자본주의 회로가 입력된 자본주의 시대의 사람이기 때문인 걸까... 하는 생각에까지 이르면 역시 돈이라는 것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사람을 자괴감에 빠져들게 만드는구나 싶다. 

아무리 이 세상에서 돈을 추구하지 않고, 가난할 수 있음을 존경하며 스스로도 돈으로부터 좌지우지되지 않으려 애쓴다 하더라도...  돈으로부터 진정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정말 돈이 많은 사람들밖에 없겠구나 싶어 허탈감 또는 박탈감에 빠지게 되기도 한다. 

돈에 좌우되지 않고, 자유롭기 위해 돈의 길을 따라가지 않고, 가난을 택하지만, 정말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결국은 돈이 많은 사람일 거라는 아이러니...


그리하여... 나는 이 브런치 응원제도를 어떤 마음으로 대해야 하는 건지... 벌써부터 고민이다. 

글을 써서 나도 생계를 해결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동기 부여가 되어 열심히 쓰게 될 것 같기도 하면서 한편으로....

갑자기 열심히 쓰기 시작하게 된다면 나는 또 나를 비판하게 되지 않을까...

응원을 받는다 하더라도 그 고마움과 마음에 쌓일 것 같은 빚 같은 부담감을 감당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까지 생겨나는 지경이니...  현재 구독자 6명인  저조한 실적의 작가로서 너무 오만 방자하게 앞서 나가는 상상인지도 모르겠다. 



작가의 이전글 선물 - 또 못 버린 물건들 / 은희경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