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에 비올라를 하시던 선배님의 부음 소식을 들으면서 졸업생 2 오케스트라 창단에 관해 알게 되었다. 기존에 졸업생 오케스트라가 있었고, 나도 돌아가신 선배님도 졸업생 2 오케스트라 창단에 주축이 된 80년대 학번 멤버들도 다 졸업생 오케스트라 창단 후 거의 십 년 동안 함께 연주했던 멤버들이었지만 계속 어려지고 부피가 커지는 졸업생 오케스트라는 그들에게도 점점 타향처럼 되어갔었는지도 모르겠다. 창단 연주 후 오랫동안 악장이셨고, 지금 악장이기도 하신 석훈 선배님은 늘 같이 악보를 보던 짝꿍이셨다.
80년대 학번 이상의 가입 자격이 있어 90년대 학번인 나는 자격이 안되지만 함께 연주하자는 제의를 받았고, 기존 졸업생 오케스트라에서는 끌어당기지 못했던 강한 힘으로 그쪽에 이끌렸다.
연주 날짜가 결정되고 연습은 이미 시작되었지만 오랜만에 사람들을 만나는 게 두려웠다. 사람들을 만나는 게 어려운 것은 아마도 내가 내 모습을 좋아하지 못하니까, 그런 내 모습을 사람들에게 보이기 싫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아이를 키우면서 온통 아이에게만 몰두하고 가족 둘레로만 선을 긋고, 그 어떤 것도 침해할 수 없는 영역 속에 스스로 갇혀서, 그 외의 모든 관계를 끊다시피 하고 살아왔던 기간이 15년이란 세월이다.
내 아이에게만, 내 가족에게만 지나치게 충실했던 시간...
연주곡은 하이든의 <시계 교향곡>과 텔레만의 <비올라 협주곡>이라고 들었다.
연주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것은 사실 '사람들'보다는 '음악' 쪽이었다.
예전에 나는 연습만 하고 뒤풀이에는 거의 참여하지 않았다.
어쩌면, 아마도 나의 태도는... 나에게는 '음악'만이 중요하고 사람들은 필요 없다는 식의 태도로 보였을지도 모르겠지만...
하지만... 선배들이 어렵기도 했고... 나는 그들과 어울릴 수 없다는 자신 없음이 스스로를 그곳에서 매번 도망치게 만들었었던 것 같기도 하다.
연주곡이 크게 끌리지는 않았다.
하지만 여름이 끝나가는 무렵의 어느 날 아침에 운전하고 가다가 마치 필연처럼... 라디오에서 텔레만의 비올라협주곡이 흘러나왔고, 연주하고 싶다는 마음이 다시 올라왔다.
바이올린 상태도 엉망이고... 악기 좀 살펴보고 마음의 결정을 하겠다고 했더니 '악기 빌려줄 사람 많다'는 대답이 톡으로 전송되어 왔다.
'석훈 형님이 꼭 나왔으면 하심'이라는 말과 함께...
8월 26일 토요일
9월 1일부터 시작되는 고양시 독서대전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행사가 있어서 마음이 바빴던 와중에 연습에 나가볼 결심을 하게 되었다.
악보도 미리 못 받아서 초견으로 헤매야 할 상황이 더욱 두려웠지만...
그런데...
아침에 두 모금정도 마셨던 우유가 상한 우유였는데, 삼송역에서 연습 장소인 양재역까지 3호선 전철을 타고 가는데 배가 너무 아픈 거다.
양재역에 도착하면 화장실을 가야지 했는데,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압구정역에 내렸다. 그리고 화장실에서 오랫동안 시간을 보내고도 계속 배가 아파서 연습 시간에는 너무 많이 늦어버리고...
늦는 거 싫어하는 성격은 결국 용기 내어 연습장소로 가던 발걸음을 되돌리게 만들었다.
저녁에 전화를 받았다.
다음 주 연습은 독서 대전 때문에 일정이 겹쳐 못 나가지만 그다음 연습부터 나가겠다고 약속을 했다.
'약속'을 하면서 이미 내 머릿속에는 지켜야 한다는 회로가 입력되었을 거고...
그다음부터는 '약속'의 힘으로 첫 연습 참가의 어려움의 '난관'을 극복할 수 있었을 거다.
그렇게 해서 처음 연습에 나가게 되었다. 15년 만의 발걸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