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Q 파일

스파이 존 윌리엄스의 고발

내란에서 내전으로

by 재원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탐사보도 매체인 미국의 프로퍼블리카(Propublica)에서 지난주 흥미로운 스토리를 공개했습니다. (링크)


존 윌리엄스라는 미국인 남성이 트럼프를 지지하는 미국의 극우 무장조직에 수년간 스파이로 잠입해 보고들은 바를 제보한 내용입니다. 그의 증언은 미국의 내전과 무력 충돌 가능성이 얼마나 높아졌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daasum._20577_a_man_has_reported_and_heard_for_years_as_a_spy_ca2a12f5-59dd-4c30-8e3a-0dbd99bfb4b4_2.jpeg



드러나지 않은
무장조직


트럼프가 퍼뜨리는 가짜 뉴스를 믿고 ‘딥 스테이트’라는 거대한 좌파 배후세력이 있다고 믿는 미국인이 전체의 절반에 이릅니다. 이들 중 상당수는 바이든이 승리한 2020년 대선이 조작됐다고 믿습니다.


이러한 믿음이 극단적인 사건으로 이어진 것이 2021년 1월 6일 미국 국회의사당 폭동이었습니다. 한국에 비유하면, 대통령을 따르는 무리들이 선거에 불복해 무장봉기를 일으키고, 국회에서 총격전을 벌여 다수의 사망자를 낸 끝에 의사당을 점거한 사건, 이라고 생각해 볼 수도 있겠네요.


이 사건 이후 1000여 명이 구속됐고, 조직들은 와해된 듯 보였습니다.


하지만 존 윌리엄스에 따르면, 이들은 여전히 의사, 퇴직 군인과 경찰, 정부 변호사 등으로 일하며 곳곳에 숨어있으며 신입 교육과 무장 훈련을 통해 또 다른 ‘전쟁’을 준비 중이라고 합니다.


게다가 트럼프는 당선 직후 의사당 폭동으로 구속된 이들을 모두 사면하겠다고 했는데, 이것은 극우 무장조직들의 르네상스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daasum._20577_a_crowd_of_a_thousand_armed_people._Double_expo_8fa03815-43e2-43e4-9cc3-384bed4ae945_0.jpeg



그들이 기다리는
디데이


저는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 이후 미국의 경제 상황이 밝지 않을 것으로 봅니다.


트럼프가 중국 수입품에 대해 60%의 관세폭탄을 때리겠다고 공언하고 있지요. 하지만 월마트나 아마존에서 팔리는 공산품의 절반 이상이 중국산이니 관세 폭탄은 그만큼 생활 물가를 올릴 수밖에 없습니다. (예컨대, 수입가 5,000원짜리 물건에 관세 60%가 붙으면 8,000원이 됩니다.)


게다가 트럼프는 불법 이민을 철저하게 막겠다고 공언해 왔습니다. 이는 저임금 노동력 감소로 이어져 물가상승에 불을 붙이게 됩니다. 그래서 조롱하듯 트럼프의 정책들을 트럼플레이션(트럼프 + 인플레이션)이라고 부르기도 하죠.


daasum._20577_httpss.mj.runiY8XTgEbqJ8_Surreal_image_of_a_gia_a43480b9-81d5-4ab4-84a5-0df1428ff0ac_1.jpeg


트럼프는 다양성과 개방성, 정치적 올바름을 추구한 오바마-바이든 시기 미국의 사회 경제정책으로 특권을 잃은 백인 노동자들, 거대 IT 기업들 중심으로 미국 경제가 엄청난 호황을 누릴 때 점점 더 가난해지기만 했던 서민들의 복수 같은 존재입니다.


트럼프는 자신의 정치적 역량을 보여준 적이 단 한 번도 없습니다. (범죄자로서의 역량은 아주 여러번 보여줬지요..) 하지만 위와 같은 사회적 상황에 화난 사람들 대신 시원하게 욕을 해주면서 표를 얻었습니다. 한국에도 거의 똑같은 인물이 있습니다. 이런 정치인들을 포퓰리스트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트럼프가 특권을 돌려주기는커녕 물가를 폭등시켜서 민생을 고통스럽게 만든다면? 이번에 공화당을 찍은 중도층까지 마음을 돌릴 겁니다. 그러면 2년 후 있을 중간선거에서 패배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과연 트럼프를 추종하는 무장조직들은 이런 선거 결과를 받아들일까요? 그들은 좌파 배후세력이 선거 기계를 조작한다고 믿습니다. 그렇게 믿는 사람들이 곳곳에 숨어서 무장훈련을 하며 기다리는 디데이는 언제일까요? 존 윌리엄스의 증언을 들으면 등골이 서늘해집니다.


daasum._20577_Armed_groups_weapons-raised_people_oli_painting_9e3e3310-7344-4033-995e-fcf9aae57336_0.jpeg



그들 내부에
불신을 심기를


다행히 한국은 총기 소지가 불법이라 대통령이 군경에게 명령해야 무력행사를 할 수 있지만, 미국에서는 트럼프가 엑스(구 트위터)에 “fight!” 한 마디만 적어도 내란에 불이 붙을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미국인의 57%는 10년 내에 내전이 터질 수 있다고 믿는 것입니다.


얼마 전 본 영화 <시빌 워 : 분열의 시대>의 처참한 장면들이 잊히지 않습니다. 총을 든 극우 무장조직들이 제멋대로 마을에 들어가 ‘진짜 미국인’과 ‘가짜 미국인’을 골라내고 학살하는 모습... 산더미처럼 쌓인 민간인 시체들... 6.25 때 우리나라 곳곳에서 벌어진 양민 학살이 떠오릅니다.



목숨을 걸고 조직에서 빠져나와 프로퍼블리카 기자를 만난 존 윌리엄스는 자신의 제보가 “그들 내부에 불신을 심기를” 바란다고 말합니다.


극우 무장 조직원들이 전화를 걸거나, 회의에 참석하거나, 총을 쏘러 함께 갈 때마다 머릿속으로 존을 떠올리며 ‘내 옆의 이 사람도 나를 배신할 거야’라고 생각하며 와해되기를 바란다는 것이죠. 인상 깊은 말입니다.


모든 것이 나빠지는 듯 보이는 세상에서 존처럼 용기를 내기란 쉽지 않겠지만, 무엇을 해야 할지 계속 고민하게 됩니다. 일단 한국보다 한 발 앞서 악화일로를 걷는 미국의 사회적 상황을 분석하고 취재한 좋은 저널리스트들의 작업을 눈에 띄는 대로 이렇게 소개해보려 합니다.


여기에서 영감도 얻고, 방향을 고민해 볼 수 있겠지요.☀




Q 파일 : 우리 사회의 문제를 다루는 일을 하며 생각한 것들을 전합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자백의 늪 ④ 수수께끼 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