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사랑받고 주목받기를 원한다. 제대로 된 인간관계가 부족할수록 더욱 ‘좋아요’에 목메는데, 다 같이 외로운 현대사회에서 이런 주목 경제는 활황이다. 다들 그렇게 떡상하고 싶어하지만 사실 운만으로는 쉽지 않다. 긴 시간의 노력도 필요한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정말 ‘꿈처럼’ 엄청난 주목을 받는다면?
영화는 이런 흥미로운 질문에서 시작한다. 니콜라스 케이지의 찰떡같은 연기와 함께, 현실에 대한 날카롭고 정확한 통찰을 이야기에 녹여냈다.
대학교수 폴(탈모인으로 분장한 니콜라스 케이지)은 찌질한 사내다.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사람들이 폴을 알아보기 시작한다. 폴이 자신의 꿈에 나왔다는 것이다. 나와서 특별한 액션을 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멀뚱히 서있거나 지나가는 정도지만, 갑작스레 전 인류의 꿈속에 등장하는 한 남자에 대한 관심은 폭발하기 시작한다. 폴은 갑작스러운 주목이 싫지 않다. 슬슬 자신이 뭐라도 된 것 같은 자만에 빠진다.
하지만 행복한 시간은 짧게 끝난다. 사람들의 꿈이 점점 악몽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폴은 사람들의 꿈에서 그들을 죽이거나 괴롭히는 사람으로 등장한다. 학생들은 폴을 보고 비명을 지르고 지인은 같이 음식을 먹다가 구토한다. 세상의 주목을 한 몸에 받던 폴은 아무 잘못도 없이 끔찍한 기피 인물이 된다.
떡상과 떡락 이후...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생각해 봤다. 나도 내 영역에서 어느 순간 갑자기 엄청난 주목을 받는다면? 잠깐은 어안이 벙벙하겠지만 점점 기분이 아주 좋아질 것 같다. 실제 내 실력이나 결과물보다 과대평가를 받는다고 해도 ‘그동안 나를 좀 과소평가했군…’ 하면서 주목을 당연시할 것 같기도 하다.
허나 운이 좋아서 얻은 인정이라면, 운이 끝나서 사람들의 관심이 식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잠깐 통장을 스쳐가는 월급처럼 있다 없어졌을 뿐인데 상실감이 클 것 같다. 그런 인정과 주목을 끌어당기고 싶어 하는 내 마음의 인력 - 욕심 때문이다.
타인의 주목이란 내가 통제할 수 있는 변수가 아니다. 그러므로 마음속에 두고 오래 추구할 만한 가치는 아니다. 모두가 주목받길 원하고 그게 돈이 되는 세상이니 그런 파도에 거듭 휩쓸릴 수밖에 없겠지만, 신경을 끄고 나 자신과 경쟁하는 게 나을 것 같다.
폴은 사람들의 악몽에 등장하기 시작한 후로 각종 테러를 당한다.
캔슬 컬처
폴이 받는 주목이 순식간에 무너지는 부분에 캔슬 컬처(Cancel Culture, 취소 문화)에 관한 감독의 통찰이 담겨있다. 캔슬 컬처는 주목받는 유명인이 잘못된 행동을 했을 때, 대중이 그에 대한 팔로우나 티켓팅을 취소해서 본때를 보여주는 행동이다.
일반인들보다는 유명인의 영향력이 훨씬 세기 마련이다. 이에 대중이 모여 취소라는 수단을 통해 유명인의 권력에 의사표현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캔슬 컬처 사건을 보면, 공인의 해명을 대중은 귀 기울여 듣지 않는다. 파도처럼 캔슬이 몰아치는데, 이 정도 압력이 가해지면 그 어떤 상세한 해명도 변명처럼 들린다.
캔슬로 누군가를 무릎 꿇리는 경험이 반복되면 그것도 권력이 되고 권력감을 주며 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어떤 캔슬을 선택할 때 한 번쯤 판단을 미루고 생각의 시간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결국 이 영화를 보면 폴도 찌질하지만 떡상과 떡락을 이루는 대중 역시 병리적인 문화의 일부분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내 안에는 폴도 있지만, 폴에게 좋아요를 눌렀다가 취소표를 던지는 대중도 있다. 생각 않고 살면 이렇게 휩쓸리게 된다는 것. 내 현실을 한발 물러나 낯설게 볼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드림 시나리오>는 좋은 작품이었다. 몇 개의 단편 영화를 보는 것 같은 꿈 장면 연출도 좋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