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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원 May 29. 2024

79세 감독의 진정한 취미생활

<퓨리오사 : 매드맥스 사가>를 보고 나서 쓰다.


매드맥스 전편을 워낙 인상 깊게 본 터라 개봉날 달려가서 봤다. 속편 역시 영화의 만듦새나 액션에 대한 상찬들은 모두가 하고 있으니 (로튼토마토 평론가 90%, 관객 90% 기록 중) 생략하고, 내가 깊게 느낀 바는 조지 밀러 감독이 참 대단하다는 것이다.


1945년생. 올해로 79세다. 호주에서 의대를 졸업하고 전공의로 일하다가 쓴 매드맥스 시나리오로 감독에 데뷔했다. 1979년에 매드맥스 시리즈의 첫 작품이 나왔고 3편까지 만들며 세계적인 감독이 된다. 그 후 어린이 영화를 몇 편 만들다가... 2015년 칠순에 만든 매드맥스 리부트 영화로 영화계를 씹어먹었다. 그러고 다시 9년 후에 이 영화를 만들었다. 


이런 저력은 어디에서 나올까? 이런 생산력과 창의력은 어떻게 가능할까?


1980년대 K-포스터의 강렬한 미감


마냥 즐겁게 감상만 하고 넘어갈 수 없는 사정이 있다. 내가 지금 나름 커다란 기획 스트레스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다큐멘터리를 한편 만들어야 하는데, 오래 원했던 기회이고 지금 그 자리에 와 있는데, 그간 준비해 온 아이디어들은 이미 까였고 새롭게 끌어내자니 쉽지가 않다. 그래서 더욱 드는 생각... 


이런 대작을 저 나이에 만들어내는 인간의 비결은 뭘까?


몇 편의 인터뷰를 찾아보니, 조지 밀러 감독이 매드 맥스 영화를 만드는 일을 진심으로 재밌어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거의 20년 동안 이 생각만 해온 모양이다. 자신의 작품을 설명하면서 저 정도로 즐거워하는 사람을 보는 것은 오랜만이라는 느낌이었다.



직장 생활을 하며 나이든 선배들을 보면 활력을 잃고 버티는 것 같은 모습일 때가 많았다. 마른 겨울의 나뭇가지 같은 느낌이랄까? 아마 그들도 하고 싶은 것으로 들끓었던 어떤 시절이 있었을 텐데. 왜 그 계절은 지나가버렸을까? 조지 할아버지는 칠순이 넘도록 한여름 같은데 말이다.


이유야 각자 다르겠지만, 동료들과 이야기 나누다 보면 다들 싫어하는 걸 참는데 너무 많은 에너지를 쓰고 있는 것 같다. 좋아하는 것을 잘하기 위해서는 말할 것도 없고, 단지 계속 좋아하기 위해서도 상당한 에너지가 필요하다. 


어찌 보면 조지 밀러 감독은 일찌감치 자신에게 안 맞는 길을 떠나 진심으로 재미를 느꼈던 영역을 찾아왔기 때문에, 자신의 창작력을 지킬 수 있었을 것이다. 무언가가 너무 재미있고 흥미로워서 자꾸 생각하고 궁리하다 보니 깊어지고 독창적인 세계를 만들어내는 선순환. 그런 길을 따라 걷고 싶다. ☀︎ 



보나쓰 : 주말쯤 좋은 것들을 보고 나서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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