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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mie Apr 14. 2023

나의 가장 약한 것으로 평가받을 때 - 가지튀김


 가지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먹어보고 반했다는 요리가 바로 가지튀김이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크림마냥 녹아내리는 그 환상적인 질감. 아이러니하게도 가지무침의 물컹거림과 같은데서 나오는 그 부드러움을 만들어낸 차이는 조리법에 있다. 가지는 특성상 물이 닿으면 질겨지는 성질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가지찜이나 가지무침도 잘 만들면 밥도둑 그 자체지만(나는 가지요리면 왠만해선 다 좋아한다), 식감이 거슬리지 않게 조리하는 데에는 꽤나 연습이 필요하기에 쉽지않다. 가지라자냐 등도 수분조절을 잘 못하면 질겅거리는 식감이 된다. 그래서 물이 닿게 되는 조리법은 가지에게 있어선 자칫하면 맛없게 되는, 딱 맞는 조리법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부분에서 가지의 강점은 무침보다는 튀김에 있다. 애석하게도 내가 살아온 시간동안 가지를 소비하는 방식은 튀김보다는 무침이었다. 그렇게 가지는 우리세대에게 맛없는 야채로 인식이 되어버렸다.


 우리도 마찬가지 신세다. 내가 가지고 있는 장점과 사회 혹은 집단에서 내게 요구하는 미덕이 일치하지 못할 때가 있다. 사실 나는 다른경우가 훨씬 더 많았다. 천천히 차분하게 여러번 검토하는 것을 잘하지만 현실에서는 그런 여유는 사치고 순식간에 빠르게 처리하는 것을 원하는 경우, 내가 잘하는 것은 상황에 적합한 배경음악과 대사를 찾는 것이지만 내가 고른 길에서는 그런 것은 하등 의미가 없는 경우 등. 내가 지금 몸담은 공간에서는 내 장점은 아무 쓸모가 없고 내가 가장 취약하고 모자란 부분으로만 평가받게 된다. 무능력자에 아무 쓸모가 없는 사람 취급을 받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갈수록 무력감을 느끼고 나의 가장 낮은 부분으로 받은 평가가 내 모든 것이 되어간다. 나의 장점과 단점은 오랫동안 봐온 나 스스로가 가장 제일 잘 알기에, 그러기에 더더욱 현재의 상황은 비극인 것이다. 차라리 몰랐으면 더 낫지 않았을까 생각마저 들면서.


 나는 무슨 쓸모가 있는걸까? 이곳을 벗어난다고 해도 과연 나는 달라질 수는 있는걸까?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하게 된다. 이렇게 극도로 스스로가 낮아졌을 때에는 "너는 너만의 가치가 있다"는 위로가 와닿지 않을 때가 있다. 가치는 타인의 인정을 통해 완성되는 경우가 많기에, 당장 눈 앞에 보이지 않고, 가장 어두울 때에는 그것을 볼 힘이 없다. 그저, 그 터널이 끝날때까지 버틸 힘이, 마지막 들숨이 남아있기를 바랄 뿐이다. 나의 장점을 발휘할 수 있는 홈그라운드로 갈때까지 무너지지 않고 잘 견뎌줬으면 하는 것이 스스로에게, 그리고 다른 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유일한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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