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 05
이세이 미야케 (1938 ~ 2022)
이세이 미야케는 개념 디자이너였다. 과학적이고 철학적인 디자인 콘셉트로, 전 세계 광 팬을 만들어 냈다. 일본식 스타일의 글로벌 버전을 만들었고, 지금도 후속 디자이너들이 그 정신을 이어가고 있다.
“나는 옷의 절반만 만든다. 사람들이 내 옷을 입고 움직였을 때, 비로소 내 옷이 완성된다. 디자인은 철학이 아닌, 삶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이세이 미야케는 신체와 의복의 공간을 만들어, 옷의 자연스러움과 입는 사람에게 자유로움을 준 디자이너다.
그는 히로시마에서 태어났고 동경에서 대학을 나와, 파리의 오트 쿠튀르(고급 맞춤복)에서 옷 만드는 법을 배웠다. 미국으로 건너가 1970년 미야케 디자인 사무실을 개설했다. 1973년부터 파리 패션쇼에 자신의 옷을 선보이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그는 기모노와 일본 전통 오리가미(종이접기)에 착안해, A-POC(A Piece Of Clothing) 디자인을 완성했다. 한 장의 천으로 옷을 만든다는 개념이다.
그의 명성은 ‘Pleats(주름) Please’에서 절정에 달한다. 옷은 옛날부터 주름을 없애기 위한 싸움이었는데, 그는 역발상을 했다. 보통 옷을 만들 때보다 두 세배의 많은 옷감을 30톤 유압프레스에 올려놓고, 영구적으로 생긴 주름원단을 이용해 A-POC 방식으로 디자인했다.
내 아내가 이 브랜드를 특히 좋아했다. 중저가 샤넬이라고 불린 여성용 백(바오바오)도 탄생시켰다. 기능적인 삼각형 문양을 연결해, 사용하기 편한 여성용 백을 만들었다.
그의 디자인은 ‘132.5’로 완성된다. 1장의 천으로 3차원의 사람에게 2차원의 옷을 제공하며, 그 사람이 옷을 입어 공간과 시간을 지나면서 5가 완성된다는 것이 그의 디자인 철학이다.
그의 연구소는 혁신적인 디자인의 총본산이었다. 일본식 장인정신으로 패션 분야별 전문가들이 모여, 동양과 서양의 디자인 콘셉트를 아우르며 세계인들의 호평을 받았다.
스티브 잡스의 터틀넥도 생산이 중단된 제품이었는데, 잡스를 위해 특별히 그가 제작해 수백 벌을 납품했다. 그는 동서양을 아우르는 아름다움을 주름 천 하나로 만들었다. 세계 250개의 매장에서 그의 디자인 영혼을 오늘도 만나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