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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포국수 Aug 04. 2024

내만사 - 허준이

전문인 05

허준이 (1983 ~ )

서울대 학부를 6년 만에 졸업했다. 늦깎이 수학자가 남들이 보지 못했던 영역을, 누구보다 예리한 도전과 노력으로 풀어냈다. 수학과 시는 한 가지라고 말했다. 그의 말은 수학자의 언어가 아니라, 시인의 그것과 같다.




무례와 혐오와 경쟁과 분열과 비교와 나태와 허무함의 달콤함에 길들여지지 않길, 의미와 무의미의 온갖 폭력을 이겨내고 하루하루를 온전히 경험하길, 그 끝에서 오래 기다리고 있는 낯선 나를 아무 아쉬움 없이 맞이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2022년 서울대 졸업식 축사에서)


허준이 프린스턴대 교수는 2022년 수학계의 노벨상인 필즈상을 수상했다. 그는 미국에서 태어나 2살 때 한국으로 돌아왔다. 고등학교 때 시인이 되겠다고 학교를 그만두었다. 쉽지 않은 도전임을 깨닫고, 검정고시를 통해 서울대 물리천문학과에 입학했다.


학부시절 수두룩한 F를 받으며, 무려 6년을 다녔다. 그의 인생을 바꾼 스승을 학부 마지막 학기에 만났다. 수학자인 히로나카 헤이스케 하버드대 명예교수가 서울대에서 초빙 석좌교수로 근무할 때, 허준이는 그의 강의를 들었다. 그분의 추천으로 서울대에서 수학 석사과정을 마치고, 미국으로 건너갔다. 본격적인 수학자의 길로 접어들었다.


허준이 교수는 시와 수학은 닮은 점이 참 많다고 말한다. 표현할 수 없는 것을 표현하는 시인이 되고자 했던 그는, 수학이 그것을 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필즈상 수상 이후 서울대 학위 수여식에서 그의 축사는, 한 편의 시를 읽는 듯한 느낌을 내게 주었다.


“수학은 창조일까? 발견일까?”라는 한 기자의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했다. “어떤 절대적인 사유가 있고, 이것을 인류가 조금씩 발견하는 것 같다.”라고 말이다.


필즈상 수상 이후에도, 그는 칠판에서 분필을 가지고 매일 씨름하고 있다. 한국 고등과학원에 근무하는 기간에는 아이들 등하교를 챙기는 평범한 아버지다.


“수학은 최소한의 규칙만으로, 다채로운 세계를 전개할 수 있는 놀라운 분야.”라고 극찬한다. 필즈상은 4년마다 만 40세 이하 수학자 중 가장 뛰어난 사람에게 수여되는 상이다.


그는 수학 난제 11개를 풀어낸 업적으로 이 상을 받았다. 그는 요즘도 100일에 99일은 허탕 치는 날이라고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99일을 도전하지 않고 있다. 나의 분발이 더 필요할 것 같다. 허준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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