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랑의 미식가

– 별점 3(장르에 충실)

by 구포국수



2017년 넷플릭스 오리지널의 12화 미니 시리즈로 회당 러닝타임도 약 16~22분 정도라 엄청 가벼운 만화 원작의 일상물 + 먹방(푸드) + 코미디 드라마다. 다케나카 나오토가 카스미 타케시 (60세, 은퇴 샐러리맨 주인공), 타마야마 테츠지가 “내면의 방랑 무사” (카스미가 상상 속에서 소환하는 사무라이), 스즈키 호나미가 시즈코 (아내)로 등장한다. 정년퇴직한 60세 아저씨가 ‘머릿속 사무라이’한테 용기를 빌려 혼자서 먹고, 마시고, 소소한 행복을 되찾는 이야기다.


주인공 카스미 타케시는 30년 넘게 회사에 목숨 걸고 살다가 정년퇴직한다. 갑자기 시간이 너무 많아졌는데, 뭘 해야 할지 몰라 동네를 어슬렁거리다 혼자 밥 먹으러 다니기 시작한다. 주된 “갈등”이라고 해봐야 점심에 맥주를 시켜도 될까? 혼자만 술 마시기 좀 민망한데… 시끄러운 손님한테 한마디 하고 싶지만 소심해서 못 한다. 이런 레벨의, 엄청 사소하지만 ‘실제로 우리도 겪는’ 고민들. 이때 등장하는 게 카스미의 상상 속 사무라이. “여기가 전쟁터라면 어떻게 했을까?” “사무라이라면 눈치 안 보고 한잔 했겠지”라는 상상을 하다가, 화면에 실제로 사무라이(타마야마 테츠지)가 튀어나와 대신 시원하게 행동해 준다.


에피소드 구조는 거의 매번 비슷해서 산책/외출하다가 배고파짐, 가게를 하나 골라 들어감. 음식을 한 입 먹는 순간 슬로모션 + 극한의 음식 클로즈업. 옛 추억, 감정, 상상 속 사무라이가 한꺼번에 터지고 소소한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이야기가 있는 먹방 일상극”이라고 보면 된다. 초(超) 저자극 힐링물로 갈등도, 악역도, 막장도 없다.


음식 + 추억 + 혼밥의 즐거움, 음식이 단순히 “맛있다/없다”가 아니라 학창 시절 기억, 직장 다니던 시절의 추억, 지금의 자유로움 같은 걸 끌어내는 매개체로 쓰인다. 고독한 미식가 팬이면 거의 100% 취향이라고 보면 된다. 작가가 〈고독한 미식가〉 구스미 마사유키라 혼밥, 음식 묘사, 약간의 허무 개그 느낌이 비슷한 결이다. 진짜 잠들기 전에 1~2편씩 보거나, 혼밥 할 때 옆에 틀어놓기 딱 좋은 타입이라 배고플 때만 안 보면 된다… (보면 야키소바랑 맥주 엄청 당김). 나 역시 올해 환갑이 지났는데, 이 주인공처럼 재미있게 살고 있는지 되돌아보게 만든 작품이었다. 나도 이 작품의 주인공처럼 좀 더 재미있게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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