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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독버섯 Oct 02. 2022

시니컬한 그녀, 둘째의 자리란


둘째는

동네에서 시니컬한(?) 아기로 통했다


보채지 않고, 잘먹고 잘자고, 낯가림도 없는,

주위에서 걱정할 정도로 무던한 우리 둘째

아빠가 젤 좋다고 해서 그런줄 알았던,

언니와 다르게 버라이어티하게 감정을 표현 않는

듬직한 맏이같은 아이


며칠전 어린이집 상담중에

둘째는 등원하면 "우리 엄마는요?"

하루에 몇번씩 물어본다는,

어린이집에서 엄마 이야기만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갑자기 너무 아이가 보고싶어

상담에 집중할 수 없었다


등원 첫날 부터 울지 않고 손을 흔들어

마냥 즐거운 줄 알았는데,

어린이집 하원시간에 만나면 쑥스러워 하길래

하원이 아쉬운줄 알았는데,

울고 떼쓰지 않아 괜찮은줄 알았는데...


사실은 그냥 감정을 잘 표현하지 않은 것 뿐이었겠다.

언니 다음의 순서를 기다리느라,

예민한 엄마의 감정조절을 기다리느라,

표현하지 않았을 뿐,

사실은 너무너무 엄마를 원했을 둘째


요란 떨지 않았다고 사랑하지 않는 것 아니었는데

울지 않는다고 서운하지 않은것 아닌데

쑥스러워 한다고 보고 싶지 않았던 것 아니었는데…


하원길이 엄마와 단둘이 있는 시간의 전부인 둘째


하원때 둘째 아이를 꼭 끌어안고

"오늘 우리 아기 엄마가 너무 보고 싶었어”하자

내 목에 착 매달려서

"나도 엄마 마~이 보고시퍼쪄" 하는 둘째를 보니

눈물이 핑 돌았다

.

.

.

육아로 많은 것을 포기했다고 생각했다.

직장에서 여러가지를 이루어내는 남편이 너무 부러웠다.

하지만, 내가 아이들 덕에

인간으로서 얼마나 성숙할 수 있는지를 생각해보면

아이들과의 함께하는 많은 순간의

짜릿한 교감을 돌이켜보면,


사실 난 너무 많은것을 배우고, 이루어내고 있다


내가 만일 예전보다 조금씩이라도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있다면…

그것은 오롯이…두딸, 너희들 덕분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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