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두둑...'
빗소리에 잠이 깼다. 시계를 보니 겨우 새벽 5시.
어제는 수업이 12시가 다되어 끝났다.
집에 돌아와 이것저것 정리하고 자려고 할 때는 이미 새벽 2시가 넘은 시간.
지금 일어나면 3시간도 채 못 자고 깨어나는 셈이다.
오늘은 아이들을 데리고 안과 검진을 가야 하고, 남편은 친구들과의 모임이 있어서 내일 저녁에 있을 수업까지 1박 2일 동안 오롯이 육아를 도맡아야 하는데...
아이들이 잠에 들면 그제야 허겁지겁 수업준비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벌써 눈앞이 아득해졌다.
행복하다고 외치면 행복해지는 걸까
우리가 잘하고 있다고 자위하면 건강해지는 걸까
나는 그렇지가 못한데
늘 후회와 의심이 가득한데
자위하는 행복은 현실을 바라보는 눈을 흐리게 만드는 정신승리에 불과하다고 생각이 드는 나는, 비관론자일까 현실주의자일까.
억지로 잠에 들어보려고 뒤척여 봤지만 어설픈 빗소리에 선명해지는 기억들.
조금 더 세게 비가 온다면 기억에서 벗어나 잠에 들 수 있을 것 같은데 빗소리는 잦아들어 버렸다.
언제쯤 후회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언제쯤 기억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