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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독버섯 Apr 15. 2024

이름을 붙인다는 것


  아이들을 데리고 다니는 것은 여러모로 신경 쓰이는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예쁜 카페에 가면 뛰어다니거나 카페의 아름다운 오브제를 만지려 드는 통에 커피가 어디로 들어가는지 모르고 아이를 단속해야 하고, 도서관에 가면 귀여운 목소리로 책을 읽다가 어느새 시선을 강탈하는 아이의 우렁찬 음성의 볼륨을 줄이기 위해 끊임없이 외쳐야 한다. “쉿!! 쉿!!!!”     


 좋아하는 서점에 아이들을 데리고 다닌다. 가끔 서점에서 아이들은 스콘을 바닥에 흘리고, 어떤 날은 큰 소리로 엄마를 부르고, 생각보다 자주 화장실을 가려고 한다. “엄마 쉬 마려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읽고 싶어서, 종이를 만지고 싶어서 서점에 간다.  서점의 나지막하고 안온한 공기를 느끼고 싶어서 끊임없이 간다.     


  놀이터에서 한 시간을 놀아야 서점에 가서 앉아 있을 수 있을 것 같다는 두 딸을 데리고 놀이터에서 신나게 놀이를 했다. 봄 햇살 아래서 아이들과 팔랑팔랑 뛰어다니다가 진이 거의 빠질 때쯤이 되어서야 서점에 갈 수 있었다. 먼지투성이인 아이들을 데리고 조용히 서점에 들어갔는데 눈인사를 나누던 한 예쁜 대학생이 나에게 말을 걸었다.     


“체리 같아요”

“네??”

“아이들이요. 예쁜 체리 같아요. 체리 두 알들, 안녕! ”     


  그날 이후 눈인사만 나누던 우리는 친구가 되었다. 아! 물론 나이는 15살쯤 차이가 나고 그녀도 날 친구로 생각하는지 알 수 없지만 어쨌든 나에게 그녀는 친구가 되었다. 그녀는 나에게 특별한 사람이 되었다. ‘이름’을붙여주었기에.     


  신기하게도 그날 이후 난 우리 아이들이 체리 두 알로 보인다.

  학원이 끝나고 집에 뛰어오는 모습을 볼 때면 신나서 통통 튀는 체리로 보이고, 목욕을 할 때는 물에 불은 체리로 보인다. 한여름 놀이터에서 땀을 흘리며 놀 때는 뜨거운 햇살을 가득 머금은 잘 익은 탱글탱글한 체리로 보인다. 내가 운전하는 차 뒷좌석에서 수다를 떨며 장난을 칠 때는 어김없이 체리 에이드 속의 톡톡 터지는 체리들이다!       


이름을 붙여준다는 것은 사랑하는 것이다.

특별한 존재로 다시 태어나게 하는 것이다.

기억하는 것이다.      


  부모는 온 힘을 기울여 아이의 이름을 짓는다. 아이의 존재를 알았을 때부터 아이의 세상을 꿈꾸고, 아이의 시간을 상상하며 이름을 붙여본다. 혹여 내가 붙여준 이름이 아이에게 무거울까 걱정하고, 내가 붙여준 이름이 아이의 커다란 세상을 다 담기엔 너무 작을까 고민한다.  그렇게 이름을 붙인다는 것은 사랑하는 무언가를 세상에 온전히 태어나게 하는 것이다.        


  하루에 이름을 붙여보면 어떨까.

  오늘은 비가 많이 오는 습기가 많은 날이었지만 기분이 좋았으니 ‘촉촉한 돌멩이’라고, 그제는 다리가 저리도록 인천을 돌아다닌 날이었으니 ‘쥐돌이’라고, 아이들이 학교에서 신나게 운동회를 하는 날에는 ‘체리들의콩주머니’라고   

  

  그렇게 매일을 내 안에서 다시 태어나게 한다면 어떨까. 그러면 나도 후회하지 않으며 하루를 온전히 살고 매일매일 다시 태어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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