닿다 : 대다
오늘 서울에 워크숍을 다녀왔다. 그곳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다 내 21살 첫사랑에 대해 얘기했다. 집으로 돌아와 필사를 하려고 책 동사의 맛을 펼쳤더니 오늘 단어가 "닿다:대다"였다. 오늘은 이 단어로 글을 써보자 마음먹고 한참을 생각하다 보니 사랑이 전부인 줄 알았던, 그 순수하면서 뜨거웠던 순간이 떠올랐다. 닿다는 내게 설렘이다. 대다는 좀 더 자극적인 단어다. 갑자기 밤 기운이 스며들었나 너와의 하루가 머리를 스친다.
21살 대학생 시절, 아르바이트를 하다 그 애를 만났다. 나보다 한 살 어린 그 애는 햇빛을 머금은 듯 환했고, 또렷한 이목구비에 시원스러운 눈빛이 첫눈에 나를 무너뜨렸다.
어떻게 마음을 표현해야 할까. 수업이 끝나고 가게로 가는 동안 내 심장은 규칙 없이 뛰어댔다.
'오늘 그 애랑 같은 팀이었으면 좋겠다'
내 마음이 닿았는지 그 애와 나는 같은 공간에서 일할 수 있었다. 지나다 눈만 마주쳐도 배시시 웃음이 나고
앞머리를 넘기며 웃어주는 너를 보며 내 마음대로 이야기를 써 내려가곤 했다.
퇴근 후 내가 먼저, 누나가 한잔 살게~ 하며 그 애를 불러 세웠다. 나는 친구가 일하던 바에 너를 데려가 낯선 칵테일을 마시며 나란히 앉았고, 너도 나처럼 마음이 바빠졌을까 속으로 천 번은 더 물었다.
나를 향한 질문이 늘어가고 서로의 웃음에 익숙해질 즈음, 우리는 연인이 되었다. 우리는 서로가 전부였다. 그 는 아르바이트비를 받으면 항상 꽃과 선물을 사 왔고 나는 맛있는 식당에 데려갔다. 열심히 벌어 마련한 돈을 서로에게 쏟아붓고 금세 주머니가 가벼워지면 버스정류장에서 밤을 새웠고 다음날 첫차가 뜨면 잠시 흩어졌다가 또다시 만나 마치 처음인 듯 그렇게 웃었다. 하루 종일 떨어지기 싫어하던 우리는, 작은 터치에도 마음이 붉어졌다. 내 인생 최고의 행복을 선사해 준 그는 최악의 이별도 선물했다.
그래도 고마워.
네 덕분에 내 20대는 누구보다 뜨겁고 절절했어.
다시는 그런 사랑을 할 수 없다는 걸 알기에,
아팠던 기억마저 소중해.
내 눈빛이 너에게 닿고
내 바람이 너에게 닿기를.
내 목소리가 너의 하루에 닿아
너도 가끔 내 생각하기를.
내 숨결이 바람에 닿고
그 바람은 네 볼에 닿는다
긴장으로 굳어버린 내 마음이
네 손끝에 닿아
서로 화들짝 놀라 마주 보다
이내 꽉 쥐고
두 손이 한 손 된다.
내 입술을 네 입술에 대고
네 얼굴을 내 가슴에 댄다.
나는 벽에 기대고
너는 나에게 기댄다
따뜻한 것도, 차가운 것도 아닌
낯선 떨림이
파도처럼 퍼진다.
La Afterman님의 사진: https://www.pexels.com/ko-kr/photo/23806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