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의 화분이 생겼다 :)
무더운 여름이 지나가고 방울토마토는 여전히 자라고 있다.
브런치에 글을 쓸때에는 지금쯤이면 방울토마토가 꽃이 피고 열매가 열려서 수확을 해야 했지만
인생이 어디 내 뜻대로 되는법이 없다. 오히려 나는 이 상황이 재밌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 연재가 결국은 마리네이드를 만들지 못하고 겨울에 방울토마토가 죽어서 연재를
끝마치지 못하는 비극으로 끝이날까 두려운 마음이 있다.
나는 여유가 있는 주말저녁에 방울토마토를 빤히 보다가 분갈이를 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각자의 다른 화분으로 1인 1화분 분갈이를 해주기 시작했다. 무려 1시간이나 걸렸다.
뿌리가 엉켜서 방울토마토가 죽을까봐 걱정했지만 그래도 잘 자라준 방울토마토들에게 방을 주고 싶었다.
뜨거운 여름을 잘 버텨둔 깜짝 선물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물론 제일 풍성한 방울토마토에게는 프렌치 라벤더가 자라고 있었던 큰 화분을 주었고,
그 다음으로 키가 훌쩍 큰 방울토마토에는 내가 아끼는 노란 화분을 주었다.
그리고 키가 고만고만한 방울토마토들에게는 카네이션과 바질이 있던 화분을 각각 주었다.
이로서 방울토마토는 각 방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이름을 붙여줬다. 역순서대로 첫째, 둘째, 셋째, 넷째 방울토마토로 이름을 붙였다.
셋째와 넷째가 첫째를 보고 부러워할수도 있겠지만 화분이 없으므로 어쩔수가 없다.
그리고 바질과, 카네이션이 죽지 않았더라면 각각 1인 1화분을 갖지 못했을수도 있다.
이제 날씨가 제법 선선해지는 가을인데 빨리 노란 꽃이 피고 수정을 해서 열매를 맺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어릴적 나와 내 동생은 각자의 방이 있었고 그것은 당연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감사한 일이다.
이제 내 방은 엄마의 세컨드 방이 되었지만 엄마는 그곳에서 내가 쓰던 침대를 쓰고 내가 쓰던 책장을 보면서
나를 떠올리고 티비를 본다.
결혼을 해서 독립한 나는 내 집에서 살고 있지만 이 집 안에도 나만의 방을 갖고 싶어서 서재를 꾸몄다.
그런데 에어컨이 없어서 너무 더워서 그 방을 잘 쓰지 못하고 거의 거실에서만 작업을 했다.
물론 이 방도 언젠간 내방이 되지는 못하겠지만 이처럼 나만의 공간이 너무도 소중한것이다.
그곳에서 꿈을 꾸고 나만의 은밀한 작업도 하고 글도 쓰고 티비도 보는것처럼 방울 토마토도 각자의
방이 생겼으니 그곳에서 빨리 열매를 맺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