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무쏘 EV가 공개된 가운데, 디자인에 대해서는 호평 일색이지만 모델명이 아쉽다는 의견이 또 나오고 있다. KGM은 과거 쌍용 시절부터 모델명에 대한 문제가 하루이틀이 아니었는데,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계속 이어가고 있다.
무쏘 EV의 실차가 공개된 후 한결같은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예쁘게 잘 만들었다. 콘셉트카 디자인을 거의 그대로 반영했네. 그런데 누가 봐도 토레스인데, 무쏘라고?"라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기자가 봐도 그렇다. 토레스를 출시해 놓고, 전기차는 토레스 EVX라고 한다. 여기까지는 충분히 이해된다. 그런데 쿠페형 모델이라며 뒤를 살짝 깎고 디자인도 조금 바꾸더니, 이건 또 액티언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적재함을 만들었더니 이건 무쏘라고 한다. 흡사 현대판 위록지마가 아닌가 싶다.
액티언이나 무쏘라는 모델명을 쓰던 시절에는 완전히 다른 차들이었다. 요즘 시대가 플랫폼을 공유하는 시대라고는 하지만, 이런 식의 작명법은 소비자들에게 와닿기 어렵다. 원래 무쏘 스포츠는 어떤 차였나? 원래 무쏘가 이런 모습이었으며, 소비자들도 이번에 공개된 무쏘를 기대했던 걸까?
코란도C 시절에도 잘나가던 시스타를 모델로 써서 판매량을 올리려 고생했지만, 결국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러다 다시 티볼리 大자 같은 디자인의 코란도를 출시했다. 그런데 이 코란도가 소비자들이 원하던 코란도였나? 아니면 내부에서 원한 코란도였나? 이름에만 헤리티지가 있다고 주장할 뿐, 모델 자체에는 헤리티지가 전혀 담겨 있지 않은 것 아닌가?
최근에는 또 픽업트럭 전문 브랜드로 무쏘를 부활시킨다고 한다. 이게 무슨 장난인가. 무쏘 스포츠는 액티언 스포츠였다가, 코란도 스포츠였다가, 렉스턴 스포츠였다가, 또 렉스턴 스포츠 칸이었다가. 차급도 계속해서 바뀌고, 이름도 여기저기 오락가락하더니 이제는 무쏘 브랜드로 통합한다고? 그렇다면 차라리 브랜드를 새롭게 만드는 게 낫지 않았을까.
하다못해 전화번호나 SNS 닉네임도 이렇게 쉽게 바꾸지는 않는다. 그런데 이런 행태를 보면 KGM은 모델명이 자신들만의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모델명은 서류상 KGM 소유겠지만, 대중과 함께 공유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공감이 중요한데, 현재 방식은 형편없다.
마지막으로 KGM이라는 사명은 바뀌었지만, 인력은 그대로다. 그 인력들이 문제다. 잘나가던 시절의 과거 향수에만 젖어 있고, 새로운 시도를 하지 않는다. 회사 내부 분위기도 뻔히 보인다. 어려운 시기를 겪으며 젊은 인재들은 상당히 빠져 나갔고, 애사심으로 뭉친 이들이 산전수전 다 겪으며 버틴 이들이 결국은 나이 많은, 이른바 ‘꼰대’들이다. 이들이 회사 분위기를 장악하고 있으니 젊은 직원들이 목소리를 내도 묵살당하는 게 눈에 선하다. 이런 상황에서 회장이 바뀌고, 쌍용이 KGM으로 재탄생한다고 해도 달라질 수 있을까? 그들의 고집을 신임 회장조차 꺾지 못하는 것 같다.
4일 만에 3년 반 치 물량을 판매한 일본 스즈키 짐니를 참고하든지, 아니면 미국 픽업트럭 시장의 스페셜 에디션 작명법이라도 따라 하든지. 과거에도 지적했지만, 미국의 픽업트럭 작명법이나 스페셜 모델은 돈이 많이 드는 것도 아니다. 못하면 따라하기라도 해야 하는데, 고집은 왜 이렇게 센가. 그 고집이 통하면 인정이라도 하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참으로 안타깝다.
이쯤 되니 언제쯤인가 등장할 지 모르는 로디우스와 카이런, 체어맨 등도 기다려진다. 그리고 향수병이라는 것은 참으로 지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