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가 미국 픽업트럭 시장 공략을 위한 묵직한 한 수를 던졌다. 최근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현대차는 GM(제너럴 모터스)과 파트너십의 구체적인 밑그림이 나왔다.
현대차가 GM에 전기 상용밴 2종을 공급하고, 그 대가로 GM의 인기 모델인 쉐보레 콜로라도와 GMC 캐니언을 기반으로 한 픽업트럭을 제공받는 형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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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에서 픽업트럭 플랫폼 받는 현대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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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모델들은 모두 미국에서 중형 픽업트럭으로 분류되며, 북미 소비자에게 높은 신뢰와 인지도를 쌓아온 베스트셀러다.
현대차가 이 플랫폼을 적극 활용하게 된다면, 미국 소비자들에게 ‘낯익고 믿을 수 있는’ 픽업을 선보일 수 있는 셈이다. 기존에 현대차가 선보였던 라이프스타일형 픽업 ‘싼타크루즈’와는 전혀 다른 전략이다.
사실 현대차는 이미 싼타크루즈를 통해 픽업 시장에 발을 들였지만, 기대만큼의 반응을 얻지는 못했다.
SUV 투싼 기반의 유니바디 구조를 채택한 이 차량은 전통적인 픽업 유저들에게는 다소 약해 보였고, 판매량 역시 이에 비례했다. 결국 현대차가 중형급 이상의 정통 픽업트럭으로 시선을 돌린 것은 시장의 요구에 대한 현실적인 판단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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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업트럭의 본고장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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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도 있다. 미국 자동차 시장은 ‘픽업의 천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10년간 판매량 1~3위를 싹쓸이한 차량이 모두 픽업트럭이라는 점은 이를 방증한다. 포드 F-시리즈, 쉐보레 실버라도, 램 1500은 매년 수십만 대씩 팔리며 ‘미국인의 차’로 자리매김했다.
따라서 현대차가 북미 시장의 중심부에 진입하려면, 토요타 타코마처럼 강력한 중형 픽업트럭이 필수적이다. 그동안 전기차 ‘아이오닉 시리즈’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디자인 혁신과 품질로 호평을 받아온 현대차가 진정한 ‘빅3’로 올라서기 위해선 픽업라인 강화가 절실하다는 이야기다.
이미 현대차그룹은 기아 ‘타스만(Tasman)’을 내놓긴 했다. 다만 이 차는 오세아니아와 동남아 시장을 겨냥한 모델로 본격적인 북미향 차는 아니다.
모하비에 사용된 프레임바디 구조를 택하긴 했지만, 파워트레인 성능이나 견인력, 하부 설계 측면에서 북미 시장의 강자들과는 격차가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결국 본격적인 미국 시장 진입보다는, 신흥 시장 중심의 틈새 전략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그에 비해 현대차는 GM의 검증된 플랫폼을 적극 차용함으로써, 미국 소비자에게 보다 직관적이고 익숙한 모델을 내놓겠다는 계산이다. 픽업 본고장에서 ‘자체 개발’보다 ‘전략적 제휴’를 택한 셈이다. 이는 개발 리스크를 줄이면서도 현지 시장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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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가 넘겨주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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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현대차가 GM에 공급하기로 한 상용 전기차 플랫폼은, 현대차그룹이 최근 상용차 전동화 전략의 핵심으로 삼고 있는 ‘글로벌 모듈형 아키텍처(Global Modular Architecture, GMA)’일 가능성이 크다.
이 플랫폼은 전기 밴과 전기 트럭 등 다양한 차종에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도록 설계돼, 구조 단순화는 물론 생산 효율성까지 극대화한 것이 특징이다. 실제로 현대차는 이 플랫폼을 통해 유럽과 아시아 시장에 다양한 전기 상용차를 선보일 계획이며, GM과의 협력은 이를 북미 시장까지 확장할 수 있는 첫 포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