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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기아가 만든 북미용 픽업트럭 '재조명'

by 오토트리뷴

- 기아, 2005년 KCV4 모하비 픽업 공개
- 지금 기준으로도 혁신적인 디자인 '화제'


기아가 북미 시장을 겨냥한 또 하나의 픽업트럭 개발을 검토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기아가 20년 전 만들었던 픽업 트럭이 새삼 재조명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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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스만 말고 또 만들어

기아 송호성 사장은 2025 서울모빌리티쇼에서 북미형 새 픽업 트럭 개발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타스만 국내 인도조차 이뤄지지 않은 시점에서 나온 또 다른 픽업 트럭이라 시장의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송 사장은 “북미 소비자에 맞는 픽업트럭을 따로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는데, 업계에선 정통 픽업트럭에 가까운 모델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GM과 협업으로 받게 될 콜로라도 플랫폼을 활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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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부터 만들어 뒀던 픽업트럭

하지만 이게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기아는 지금처럼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하기 전인 2000년대 초반, 미국을 겨냥한 진짜 픽업트럭을 개발한 적이 있다.


당시에도 기아는 ‘이 정도면 한번 해볼 만하다’는 용기를 냈고, 그 결과물은 2004년 시카고 오토쇼에서 공개된 'KCV4 모하비(Mojave)'였다. 기아 유일의 프레임 바디 SUV '모하비'의 이름은 사실 여기서 먼저 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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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V4 모하비는 단순한 컨셉트카가 아니었다. 미국 캘리포니아 어바인 디자인 센터에서 만들어진 이 차는, 지금 봐도 제법 세련된 외모와 실용적인 기능을 갖춘 진짜 픽업트럭이었다.


토요타 타코마나 닛산 프론티어, 포드 레인저 같은 미국 내 중형 트럭들과 경쟁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모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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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적인 디자인으로 '화제'

도어는 B필러 없이 롤스로이스처럼 마주보며 열리는 '코치도어'를 적용했다. 덕분에 2열 출입이 자유로웠고 높은 실용성을 구현했다.


실내는 항공기에서 모티브를 따온 미래지향적 디자인으로 꾸며졌다. 원형 디지털 계기판에 버튼을 최소한 디자인을 바탕으로 내비게이션, DVD 영상 시스템까지 갖췄으니 당시 기준으로는 꽤 진보적인 구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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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눈길을 끈 건 ‘슬라이딩 리어 월’이라는 기능이었다. 뒷좌석과 짐칸 사이 벽이 움직이면서 적재 공간을 늘리는 시스템인데, 쉐보레 아발란체의 ‘미드게이트’와 비슷한 개념이었다.


평상시에는 2열 좌석, 필요할 땐 트럭 적재공간으로 확장되는 신기한 구조였다. 기아가 20년 전 이미 이런 아이디어를 현실로 꺼냈다는 점은 지금 봐도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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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6 엔진에 280마력 냈던 진짜 트럭

성능도 만만치 않았다. 3.8리터 V6 엔진에 280마력, 전륜은 독립 더블 위시본, 후륜은 5링크 리지드 서스펜션을 썼다. 바디 온 프레임 구조에 승차감 향상을 위한 레벨 컨트롤 기능까지 갖췄으니, ‘진짜 트럭’을 만들겠다는 의지가 보였다.


하지만 결국 양산까지는 가지 못했다. 당시 기아는 북미에 생산기지가 없었고, 미국으로 픽업트럭을 수출할 경우 25%에 달하는 '치킨세'라는 고율 관세가 걸림돌이 됐다.

'치킨세'는 1960년대 유럽이 미국의 닭고기에 관세를 부과하자, 미국이 자국 이외 국가에서 생산된 소형트럭에 25% 관세를 부과한 것을 일컫는다.


결국 기아 입장에서는 한국에서 트럭을 수출해도 전혀 수익이 안 남는 구조였던 셈이다. 그 실패는 훗날 조지아주 웨스트포인트에 기아 공장을 짓게 되는 계기 중 하나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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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스만을 통해 부활 신호탄 쐈다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기아는 북미 현지 생산 능력을 갖췄고, 타스만을 통해 픽업트럭 분야의 가능성을 다시 한번 점검하고 있다. 그리고 이 타이밍에 또 다른 미국 정통 픽업트럭이 준비 중이라는 소식에 눈길이 쏠린다.


사실 기아는 SUV 장르가 생소하던 시절, 스포티지 1세대로 '이런 차도 있다'는 걸 국내에 처음 소개했던 브랜드다. 당시에도 "이걸 왜 만들어?"라는 시선이 있었지만 지금 자동차 시장은 SUV가 주도한지 오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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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픽업트럭 개발 얘기도 어쩌면 같은 맥락일지 모른다. 기아는 형제인 현대차보다 좀 더 실험적인 모델을 내놓는 성향이 짙다. 기아의 새로운 시도가 기대되는 이유다.


한편 북미 픽업트럭 시장은 여전히 기회의 땅이다. 포드 F-150, 쉐보레 실버라도 같은 대형 트럭이 중심이지만, 중형 픽업 수요도 꾸준히 성장 중이다. 새 픽업 트럭이 어떤 모습으로 등장할 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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