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이슈] 현대차, 대체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나?

by 오토트리뷴

현대자동차가 오늘부터 울산 1공장의 생산 라인을 멈추기로 결정한 가운데, 역대 최고 매출을 발표했다.


현대차가 오늘 발표한 소식은 역대 최대 실적을 찍었다는 것인데, 전기차 생산을 일시적으로 중단한다는 소식도 함께 전하면서 상황이 복잡해지는 모양새다. 현대차가 당장 마주한 현실은 마치 동전의 양면처럼 엇갈려 있다. 숫자는 최고를 말하지만, 현장은 한숨으로 가득하다.

하이브리드 실적은 역대 '최고'

오늘 24일 현대차는 2025년 1분기 실적을 공시했다. 매출 44조4,078억 원, 영업이익 3조6,336억 원, 순이익 3조3,822억 원.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9.2%, 영업이익은 2.1% 각각 상승하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번 실적의 중심엔 하이브리드가 있다. 전년 대비 38.4% 증가한 13만7075대를 판매하며 전체 친환경차 성장세를 견인했다. 전통적인 내연기관 대비 높은 가격대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현실적인 선택지로 인식되면서 소비자 선택을 끌어낸 것이다.


전기차(EV)도 무려 6만4,091대가 출고됐다. 특히 북미 시장에서의 환율 효과와 SUV 중심 라인업이 실적 견인에 크게 기여했다. 그러나 전기차의 상승세는 여전히 제한적이다.

37140_225993_5741.jpg

최고 실적에도 울산 1공장은 'STOP'

오늘 24일부터 이달 30일까지 아이오닉 5와 코나 EV를 생산하는 현대차 울산 1공장의 1·2라인은 멈추기로 했다. 노조 파업이 아닌, 사측의 자발적 판단이었다. 생산을 위한 최소 조건조차 충족되지 않자 내린 고육지책이었다.


현장에선 이미 조립할 차량이 사라졌고, 컨베이어벨트는 텅 빈 채 돌고 있었다. 회사는 공지를 통해 "판매량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이며, 더 이상 수용 가능한 한계를 넘었다"고 설명했다. 생산라인을 유지하는 것 자체가 낭비가 되어버린 셈이다.



실적은 좋지만, 전기차는 NO?

문제는 단순히 생산이 멈췄다는 사실 그 자체가 아니다. 실질적인 수요 부진이 구조적인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에서 아이오닉 5는 월평균 1천 대 수준에 머물렀고, 코나 EV는 500대도 벅찼다. 포터 EV는 보조금 감소 여파로 1천 대 유지조차 어렵다. 디젤 단종 이후 포터 전체 판매량도 반 토막이 났다.


이유는 명확하다. 전기차는 기본적으로 가격이 지나치게 높다. 게다가 보조금 정책은 급격히 축소됐다.

37140_225994_585.jpg

포터 EV의 경우, 기존 디젤 대비 가격이 두 배 가까이 올라갔지만, 주행거리나 충전 인프라는 여전히 제한적이다.


승용 전기차 역시 수입차와 맞먹는 가격대지만, 브랜드 이미지와 감성적 매력은 그만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비싸고, 불편하고, 애매한 포지셔닝, 지금의 현대차 전기차를 대변하는 표현이다. 테슬라의 국내 판매량과 비교하면 문제는 더욱 뚜렷하다.


쉽게 말해, 아이오닉 5 가격이면 싼타페 하이브리드나 그랜저 하이브리드가 낫다고 판단하는 소비자들이 여전히 많다. 아이오닉 5를 구입해야 할 이유가 명확하지도 않다는 점이다.



두 개의 그래프, 상반된 흐름

이번 실적 발표가 말해주는 건 분명하다. 하이브리드는 성공했고, 전기차는 실패하고 있다. 같은 친환경차지만, 현실과 이상의 온도차는 뚜렷하다. 진짜 문제는 이 구조가 단기 전략인지, 장기 한계인지다.

37140_225996_03.jpg

전기차 시장의 판매량은 현대차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의 미국 복귀 가능성과 함께 ‘수입차 25% 관세’가 다시 언급되고 있고, 유럽은 자동차 보조금 축소로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현대차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TF를 가동하고 생산 거점을 재배치하고 있다. 하지만 근본적인 수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이는 임시처방에 불과하고, 노조의 불만은 커질 수밖에 없다. 당연히 회사차원에서도 리스크가 커진다.



기회의 전기차 시장, 방법이 없나?

아이러니하게도, 현대차는 환경이라는 같은 키워드 아래 두 가지 전혀 다른 결과를 마주하고 있다. 하이브리드는 소비자가 원하는 ‘적당한 미래’, 전기차는 여전히 ‘감당하기 어려운 미래’로 인식되고 있다.


따라서 전기차 전환을 서두르기보다, 브랜드 감성 강화, 가격 현실화, 인프라 구축 등 수요 기반을 재설계하는 작업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 무작정 전기차 비중을 늘리기보다는, 소비자 관점에서 매력적인 전기차를 재정의하는 것이야말로 진짜 경쟁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37140_225999_128.jpg

사실 지금의 아이오닉 라인업과 내연기관 모델을 기반으로 한 전기차, 그리고 제네시스 전기차 중에서 캐릭터가 뚜렷한 차량은 없다. 내연기관 기반 전기차인 코나 일렉트릭도 그렇고, 아이오닉도 그렇고, 제네시스 전기차 라인업도 모두 상품성 대비 마케팅 포인트가 예리하지 않다.



복잡할수록 필요한 단순한 '진리'

현대차는 이번 실적을 계기로 배당 확대, 자사주 소각 등 주주 신뢰 회복에도 나섰다. GM과의 전략적 협업 가능성도 흘러나오고 있다. 숫자만 보면 분명 호재지만, 전기차 부문에서의 한계는 향후 몇 년간 현대차의 방향을 결정지을 핵심 변수가 될 수 있다.


“차가 안 팔린다”는 현장과 “사상 최대 실적”이라는 사측의 발표. 그 사이에서 현대차는 이제 진짜 판을 바꿀 수 있는 선택을 내려야 한다.

37140_226000_159.jpg

최근까지 발표한 내용을 보면, 하이브리드 시스템도 강화가 되었고, 제네시스에도 계획에 없던 하이브리드를 추가하면서 영업이익은 방어는 당분간 무리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장기적 관점에서는 전기차 시장을 내려 놓을 수도 없는 만큼 라인업만 늘리기 보다는 가성비가 뛰어난 전기차로 라인업을 재편해야 한다. 과거 쉐보레가 출시했던 볼트(Volt)처럼 EREV를 출시하겠다는 소식도 알려졌는데, 딱히 매력적이지도 않고, 이게 소비자들에게 통할 지 의문이다.


현대차는 경기가 어려울수록 아주 비싸거나, 반대로 가성비가 아주 뛰어난 차들이 더 인기를 얻는다는 단순한 진리 역시 놓치지 말아야 할 시점이 아닐까.

keyword
작가의 이전글[리뷰] 현대 싼타페, 의외로 놀라운 포인트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