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을 잃는다면 그 사람은 무죄가 될 수 있을까

살인자의 기억법을 읽고나서

by 재삼리

일반적으로 책을 읽으면 독자는 책을 덮는 순간 모든 상황을 알게되고, 상황이나 인물에 대한 판단을 하며, 때로는 작가가 던지는 메시지를 곰곰이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독자는 제대로 된 사실을 거의 알지 못한다.
이 책의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을 꼽아보라면,
‘독자’는 모든 것을 알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즉, 알츠하이머에 걸린 주인공과 다를 바가 없다는 점이다. 그래서 그런 것일까. 이 소설을 3번 읽어보았으나, 매번 다르게 읽혔다. 일독(一讀) 때의 경험을 이독(二讀)의 경험이 갈음하고, 이독(二讀)때의 경험은 삼독(三讀)이 새로이 갈음했다.

알츠하미머에 걸린 연쇄살인마가 자신의 딸이 남자친구를 데려왔는데, 그 사람이 연쇄살인마라면? 이라는 소재 자체는 나에게 매우 흥미를 돋게 만들었다. 책을 읽으면서도 결국 주인공이 딸의 남자친구를 어떻게 처리할까? 죽이려나? 아니면 헤어지게 만드려나? 오히려 남자친구가 주인공을 제압하고 딸과 결혼을 하게될까? 라는 나름의 예상을 해가며 책을 읽었으나, 결말에가서는 나의 예상이 전혀 맞지 않았음에 아까워 했고, 작가의 플롯 활용에 감탄을 했다. 순간적이지만, 묘한 질투심이 생긴 것 같았다.


기억을 못한다고 해서 죄가 사라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동시에 기억도 못하는 사람을 붙잡고 책임을 지라고 성을 내는 것도 무슨 의미인가 싶기도 하다. 기억이 없는 범죄자에게 반성하고 뉘우치라고 한들, 그 범죄자는 기억도 안나는 사실을 사죄해야 하냐며 억울해 할 수도 있다.
그 모습을 보는 대중은 당연히 화가 치밀어 오를 것이다.
엄벌을 내려도 당사자가 깨닫지 못한다면, 처벌로서 의미가 퇴색된다는 생각이 한편으로 들기도 하다. 그렇다고 하여, 이 범죄자를 옹호하려는 생각은 조금도 들지 않는다. 단지 이 사람을 어떻게 해야 교화 시킬 수 있을까.
기억이 나지 않는다면 교화가 의미가 있나? 라는 번잡한 생각이 머릿속을 헤집는다.

오늘날의 우리나라는 어떤 형국일까. 정치부터 문화 경제 등등 많은 면들이 있지만, 대두되는 사회문제로 나름대로 생각해봤을 때, "정의 중독" 이라는 생각이 든다. 개인들의 잣대를 활용하여, 타인의 잘잘못을 가리고 현 사법체제의 문제점을 꼬집고 그에 맞는 처벌을 내리기를 희망한다. 사법의 판단이 필요한 중범죄뿐만이 아니라 도덕적 해이와 관련한 문제도 엄벌을 내리기를 원하는 듯하다. 개인적인 신념으로는 '처벌'의 개념 보다는 '교화'에 초점을 두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작 중 주인공처럼, 기억을 모두 상실한 범죄자의 처벌을 어찌해야하나 라고 누군가 물어본다면, 쉽게 대답하기는어려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