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건너 이어진 마음의 손짓
오늘 아침, 출근길에 한 작은 소년에게 시선이 머물렀다.
큰 도로를 달리다 빨간 신호등에 차를 멈추었고, 마침 아이들이 등교하던 시간이었다.
선생님의 인솔 아래 아이들은 조심스럽게 횡단보도를 건넜는데, 그중 유독 눈에 띄는 아이가 있었다.
키가 작고 왜소한 체격에 커다란 가방을 둘러멘 동양인 소년이었는데, 아마 막 학교에 입학했을 듯 서툰 걸음이 귀여웠다.
길을 건너면서도 몇 번이고 뒤를 돌아봤다.
횡단보도를 모두 지난 후에도 소년은 한참을 서서 반대편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나도 무심코 시선을 그쪽으로 돌렸고, 멀리서 엄마가 똑같이 손을 흔들어주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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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 얼굴 모양도, 들리는 말도 전혀 다른 그 낯선 섬에 덩그러니 떨어졌던 우리 딸들이 떠오른다.
말도 통하지 않는 그 땅에서, 얼마나 무섭고 불안했을까.
그때는 지금만큼 그 무게와 깊이를 다 헤아리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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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막내딸은 21번째 생일을 맞았다. 22년 전 낯설던 뉴질랜드 땅에 정착한 뒤 생전 처음 시작했던 나의 어색한 일도, 이제야 베테랑이 되었고, 오랜 시간 끝에 익숙해진 일을 뒤로하고, 새로운 길을 향해 천천히 발을 떼고 있다.
우리의 성장은 늘 조용했다.
묵묵히, 진정한 자신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옮겨간다.
Photo by Eunjoo Do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