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물고 가는 길

잠시라도 편안히 숨 쉴 수 있다면

by Eunjoo Doh



나는 기다려요.


따뜻한 봄이 오면

보드랍고 고운 꽃을 물고서


당신에게로 갈 거예요.


조금만, 기다려요.


곧 환한 빛의 하늘이

나뭇가지를 타고,

작은 그릇 속 물방울로

길을 열어주겠죠.

살다 보면

우리의 마음을 얼어붙게 만드는 일들이 찾아옵니다.


어떤 날은 발끝에서부터 서서히 차오르기 시작해

가슴 깊은 곳까지 도달하기도 하고,

어떤 날은 전혀 예상치 못한 순간

불현듯 찾아와

온몸을 덜덜 떨며 소스라치게 놀라게 하기도 합니다.


모양이 어떻든,

그 모든 것들이 삶의 일부분이라도

천천히 녹아내려 흘러가게 할 수 있다면


그리고 아주 잠시 동안만이라도

편안하게 숨 쉴 수 있다면


그것은 분명,

행복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일러스트

Eunjoo Doh

첫 페이지 스케치부터 완성까지의 영상도

만나보세요.


Youtube.com/@mrsblue.journ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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