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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joo Doh Aug 08. 2024

빙하?…얼음 ‘빙’에 강 ‘하’ …얼음으로된 강??

마운트 쿡 후커벨리 트레킹

 사방이 설산으로 둘러싸인 마운트 쿡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이튿날 아침 간단히 식사를 마친 후 곧바로 산행에 나섰다. 첫날 도착했을 때 두 눈을 의심할 정도로 놀라웠던 주차장의 모습은 사라져 있었다. 다행이었다. 고요한 이른 아침 산행의 평화로움을 누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마운트 쿡의 유명세가 더해져서인지, 몇 년 만에 관광객들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아졌다. 넓은 주차 공간이 빼곡히 차들로 가득 차 있을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공간이 없어 한참을 찾느라 돌아다녀야 했다.


 왕복 세 시간 거리의 아주 쉬운 트랙은 마운트 쿡에서 가장 인기 있는 코스다. 등산이라기보다는 평지를 걷는 산책길로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다. 후커 밸리를 지나 맑고 시원하게 흐르는 후커 강 옆을 따라 걷다 보면, 온 주변이 거대한 산들로 둘러싸인 대자연과 만나게 된다. 그 순간만큼은 후커 밸리의 매력에 빠져들게 된다. 현실 세계에서 벗어나 자연의 색채와 소리, 풍경에 압도되어 힐링되는 순간이다.



 

 

 목적지까지 가려면 세 개의 꽤 긴 흔들다리를 건너야 한다. 생동감 넘치는 흔들다리를 건너며 약간의 스릴도 맛보고, 길을 걷는 내내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은 순수하고도 장엄한 자연 속에서 허우적거리게 만드는 작품들이다. 자연이 주는 최고의 선물은 그 어떤 것보다 황홀하다. 믿기지 않는 비현실 같은 존재들이 현재라는 사실이 감동적이다.



 

트랙을 따라 걸어 도착지에 도달하면 빙하 호수와 마주하게 되고, 여전히 녹지 않은 숭고한 빙하와 바로 눈앞에 펼쳐진 마운트 쿡 정상을 감상할 수 있는 행운을 얻는다. 이 모든 것을 쉬운 평지를 걸으며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 이유일 것이다.


오랜만에 걷는 후커 밸리 트랙이었지만, 겨울에 걷는 것은 처음이었다. 걸을 때마다 감탄이 절로 나왔고, 역시 겨울 산행답게 평지였음에도 얼음이 녹지 않아 위험한 길을 잘 살펴가며 걸어야 했다. 아무런 준비 없이 걷던 사람들이 미끄러지거나 겁에 질려하는 모습도 종종 목격했다. 다행히 일찍 출발한 덕분에 사람들의 오고가는 길목에서 번잡함 없이 목적지에 도달했다. 첫째 날보다 따뜻한 기온에 이른 아침에 썼던 비니와 겉자켓도 벗고 상쾌한 아침 공기를 듬뿍 마시며 걸었다. 그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의 최고의 신선함이었다. 운 좋게도 맑은 날씨 덕분에 칼로 자른 듯한 날카롭고 뾰족하게 솟아있는 마운트 쿡 정상을 아주 선명하게 볼 수 있었고, 그 웅장함 앞에 자연스레 숙연해지던 순간을 마주했다. 빙하들이 떠 있는 고대 풍경 속을 한참 감상하며 약간의 출출함을 너트바 하나로 달래고, 다시 되돌아가기 위해 출발하려 할 때쯤, 저 멀리서 사람들이 벌떼처럼 몰려오기 시작했다.



Photo by Eunjoo Do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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