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범죄
완전범죄
어머니는 큰형님의 결혼식 준비로 눈코 뜰 새가 없으셨다.
지금처럼 예식장에서 결혼과 피로연을 함께 치르는 것이 보편화되기 전이라, 그 시절의 결혼식은 학교 강당이나 성당, 혹은 예배당처럼 널찍한 건물을 빌려 치르는 경우가 많았다.
결혼식을 며칠 앞두고 어머니는 하객 대접에 쓰일 양갱과 만주, 약과를 만드시느라 하루 종일 분주하셨다. 명절에나 맛볼 수 있던 귀한 먹거리들은 어린 내 군침을 끝없이 자극했다. 그중에서도 팥 앙금이 가득 든 만주는 학교 책상에 앉아 있어도 자꾸만 생각이 날 만큼 유혹적이었다.
어머니는 완성된 만주를 작은 종이상자에 담아 다락방에 올려두셨다. 그날부터 나는 만주 생각으로 안절부절못했다. 어느 날, 끝내 참지 못하고 살금살금 다락방으로 올라갔다. 끈으로 단단히 묶인 상자는 마치 금줄을 쳐 놓은 것처럼 단호해 보였다.
나는 상자 한쪽을 조심스레 뜯어 만주 하나를 꺼냈다. 다락방 창으로 스며든 햇빛을 받은 만주는 황금빛을 띠고 있었고, 그 색깔만으로도 눈이 황홀해졌다. 어느새 나는 만주를 입에 넣고 오물거리며, 말로 다 할 수 없는 행복에 잠겨 있었다.
“오빠, 뭐 해?”
신나의 목소리였다.
신나는 나보다 두 살 아래 여동생이다. 줄줄이 아들만 낳다가 딸을 얻었다고 신났다는 뜻으로 이름을 지었다고 들었지만, 사실은 교회의 세례명 ‘세레나’를 애칭으로 부른 것이라 했다.
그런 신나는 내가 가는 곳이면 언제나 종종걸음으로 따라붙곤 했다.
다락방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를 들은 신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내 행동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다.
“조용히 해.”
나는 그렇게 말하며 만주 두 개를 더 꺼내 들고 다락방에서 내려왔다. 아무래도 그년이 어머니께 고자질을 할 것 같았다. 아깝지만 만주 하나를 신나에게 내밀었다. 신나는 깜짝 놀라며 “이거 먹으면 엄마한테 혼나”라고 말했지만, 이미 그 눈동자에는 달콤한 유혹이 흔들리고 있었다.
“걱정 마. 위에서 두 개만 꺼냈어. 엄마는 몰라.”
내 말에 신나는 안심한 듯 만주를 한입 베어 물었고, 곧 입안 가득 퍼지는 행복에 빠져들었다.
그 후로 우리는 풀방구리 드나들듯 다락방을 들락거렸다. 하루에 하나, 이틀에 둘… 그렇게 며칠을 먹고 나니 만주는 어느새 반 상자밖에 남지 않았다. 그제야 어머니께 크게 혼날 것 같다는 두려움이 밀려왔다. 이래도 혼나고 저래도 혼날 바엔, 실컷 먹고 혼나자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상자를 통째로 들고 나와 창고 한구석에 떡하니 펼쳐 놓고 신나를 불렀다. 신나도 이제는 익숙해졌는지 만주를 보고 환하게 웃었다. 우리는 난생처음으로 만주를 배가 부르도록 먹었다.
결혼식 전날, 어머니는 결혼식에 쓰시려고 만주를 찾으셨다.
“분명히 여기에 두었는데…”
혼잣말처럼 중얼거리시며 다락방을 살피셨다. 우리는 잔뜩 질린 얼굴로 어머니의 눈치만 살폈다. 하지만 어머니는 끝내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셨다.
아마도 마음속으로는 그러셨을 것이다.
‘내 새끼들이 얼마나 먹고 싶었을까…’
이제야, 나이를 먹고서야 알겠다.
어머니는 이미 모든 것을 알고 계셨고, 그래도 모른 척해 주셨다는 것을.
“어머니, 제가 신나랑 신나게 다 먹었습니다.
범인이 우리인 걸 아시면서도 아무 말씀 안 하신 것도,
이제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흰 머리띠를 질끈 동여매고
언제나 우리를 먼저 생각하셨던 어머니,
보고 싶습니다.
어머니,
영원히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