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선생님
두 선생님
초등학교 3학년 때 일이다. 하교 종이 울리고 우리들은 집으로 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담임선생님은 교단 옆 책상에서 울고 계셨다. 선생님은 어리둥절 하는 우리들을 부르시더니 아무말씀 없이 한명 한명씩 꼭 안아주셨다. 그 선생님의 성함은 백 복자 선생님이셨다. 그렇게 한참을 우시던 선생님이 교실을 나가자 우리들은 모두 집으로 돌아갔다. 교실청소 당번인 우리 3분단은 선생님이 왜 우시는지 서로 쑥떡이며 교실 청소를 하고 있었다.
다음날 학교에 등교를 하니 항상 일찍 나와 계시던 담임선생님이 보이지 않으셨다. 우리는 선생님이 왜 안계시지 하면서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반장이 아침조회를 하러 운동장으로 모두 나오라 한다. 운동장에는 벌써 많은 학생들이 자기반별로 가지런히 줄을 서있었다.
체육 선생님의 지도로 국민체조가 시작되었고 교장선생님이 훈화를 하시려고 구령대에 올라오셨다. 그 지겨운 훈화가 한참 지속되더니 교장선생님은 우리 담임선생님을 구령대에 올라오라 하신다. 그리고는 그동안 고생하신 담임선생님께서 전근을 간다고 말씀을 하신다.. 우리 반은 웅성이며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 이였다. 이제야 어제 선생님이 우리를 안아주신 까닭을 알았다.
선생님의 목소리는 직직거리는 마이크 소리와 함께 교정으로 흩어지고 우리는 선생님의 이별 목소리에 눈물을 찔끔 찔끔 흘렸다. 선생님은 모두들 잘 있으라. 말씀을 마치시고는 구령대를 내려오셨다. 그 모습이 선생님과의 마지막이별 이였다.
다음날 아침 우리는 선생님의 전근에 대하여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때 교실 문이 확 열렸다. 피한방울 나올 것 같지 않은 단단 피부의 여자선생님이 한손에 사각 몽둥이를 들고 “모두들 조용” 하시며 교탁을 탁 치시며 교단으로 올라오신다. 그 선생님의 눈동자는 마치 영택이네 진돗개처럼 번쩍거렸다.
“나는 이번에 너희를 맡을 담임 전 금옥 선생님이다. 이번에 전근을 가신 백 복자 선생님과는 학교 동창이다. 백 선생님은 너희를 어떻게 가르치셨는지 모르지만 나는 다르다. 나는 내 방식대로 너희를 가르칠 것이다.” 그러시고는 “모두들 가방 속 물건을 책상위에 올려놓는다.” 하시며 마치 군대의 교관처럼 소리를 지르시고 양팔을 뒤로 한 채 몽둥이를 이리저리 흔드시며 책상 사이를 누비고 다니신다.
선생님은 “빨리 빨리 안하나?” 하시면서 우리를 다그치신다. 좀 동작이 늦은 아이들 앞에서는 사각 몽둥이로 책상을 탁탁 치시며 빨리 물건을 펼쳐 놓으라. 득달을 하신다. 아이들은 모두 겁에 질려 서로 눈치를 보며 책이며 공책 그리고 필통을 내려놓는다.
“지금부터 가방을 뒤져서 어떤 물건이라도 하나 나오면 그때는 이 몽둥이가 가만있지 않는다. 지금이라도 숨긴 물건이 있으면 빨리 올려놓는다. 실시” 아마도 선생님은 우리가 쉬는 시간에 딱지치기와 구슬치기를 하지 못하게 할 심산인 듯 보인다. 가장 딱지를 많이 갖고 있던 봉필이 와 송찬이는 똥 씹은 얼굴로 책상에 딱지를 수북 올려놓았다.
“이것들 봐라.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딱지치기나 하고, 너는 구슬이 왜 이렇게 많아” 하시면서 모두들 책상위로 올라가 무릎을 꿇으라 하신다. 우리는 난생처음 책상위에 올라가 무릎을 꿇었다. “오늘부터 교실에서 딱지치기와 구슬치기는 금지다. 그리고 이번 중간시험에서 우리 반이 일등을 하시 못하면 이런 벌을 받을 것이다.” 하시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시는데 우리는 발이 저려 이리저리 몸을 비튼다. 그러면 선생님은 움직이는 아이의 허벅지에 몽둥이를 짝 내리치신다. 그러면 아이들은 몽둥이에 맞지 않으려고 죽을힘을 다해 버틴다.
그 후에도 선생님은 종종 벌을 주셨는데 무릎 꿇고 의자 들고 서있기, 책상과 책상사이에서 엎드려뻗쳐하기, 게시판 뒤에서 벽보고 서기 등의 수많은 벌을 주시면서 아이들을 다그쳤다. 그런 선생님의 가상한? 노력 때문인지 이번 중간시험에서 우리 반이 일등을 했다. 선생님은 그런 결과에 만족하셨는지 아이들에 대한 벌의 횟수가 조금씩 줄어들었다.
그때의 사각 진 몽둥이는 우리 반 공포의 대상 이였고, 딱딱 바닥을 두드리는 소리는 두려움으로 쿵쿵 다가왔다. 무엇보다도 천사 같은 백 복자 선생님과 악마 같은 전 금옥 선생님의 비교는 성인이 된 지금도,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인생의 커다란 지표가 되었다.
나에게는 전 금옥 선생처럼 목표를 향한 혹독한 단련이 필요했고, 많은 사람들에게는 백 복자 선생처럼 자상하고 사랑스런 행동으로 대하는 슬기가 필요했다.
지금도, 두 선생님이 동창이며 친구였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이런 극과 극 같은 사이에도 보이지 않는 공생관계가 있었다는 것이 신기할 뿐이다. 아마 세상도 이런 일이 비일 비재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