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주말부부

20분: 처음 만난 날, 밥 먹다 혼자 남겨진 시간#1

#크리스마스 시즌 #종각 #소개팅

by 깜냥

20분: 처음 만난 날, 밥 먹다 혼자 남겨진 시간


연인들에게는 누구에게나 첫 만남있다.


우리 부부의 첫 만남은 20대 끝자락에 시작됐다.

2014년 크리스마스 시즌 주말, 종각.


20대 중반이라고 하기엔 약간은 후반의 나이.

겨울만 되면 수족냉증으로 고생을 하는 나에게는 따뜻하게 손을 잡아줄 사람이 절실했고, 다행히도 다음 해에는 이런 고민들을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 날이었다.


차가 밀려서 조금 늦는다고 미안하다는 연락을 받고, 만나기로 한 종각의 한 레스토랑에서 기다리는 중이었다.


그래, 연말이고 서울인데 차가 밀릴 수밖에. 더구나 가평에서 차를 끌고 오는데.


누가 봐도 약속시간에 늦은 듯 보이는, 회색코트를 걸치고 계단을 올라오는 사람과 눈이 마주쳤을 때 첫눈에 반해버린.. 건 아니고 왠지 모르게 이 사람과 결혼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리를 잡고, 메뉴를 고르고, 어색하지만 탐색전은 시작됐다. 첫 만남이지만 나는 하고 싶은 얘기를 했다. 연애할 생각만으로는 만남을 시작하고 싶지 않다. 만난다면 결혼을 전제로 만남을 시작하고 싶다. 상대방은 좀 당황한 기색이 보였지만 최대한 티를 안 내려는 듯보였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려주고 어떤 사람인지 알아내기 위해 집중하는 대화 중에 전화가 울렸다. 그러더니 급하게 차를 대고 오느라 주차장소가 아닌 곳에 차를 대서 차를 다른 데로 옮겨야 한다며 양해를 구하고 나갔다.


아 정말 급하게 왔구나. 식당에 혼자 앉아 있는 건 싫은데, 그것도 소개팅인데.


그렇게 나가버리고 나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덩그러니 혼자 앉아 있는 것뿐이었다.

20분쯤 지났다.

미안하다며 카페에 가자는 제안에 나는 그러자고 했고 차를 타고 북서울꿈의 숲으로 갔다. 서울에서 8년 가까이 살았지만 처음 가본 곳이었는데 대각선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에 서울 북쪽이 한눈에 들어오는 카페라니.


아메리카노가 아닌 오렌지주스를 주문하는 자신이 특이하지 않냐고 하길래 저도 커피 안 먹어요. 하면서 커피 아닌 다른 걸 주문하고 계산했다. 내가 뭘 주문했었는지는 사실 잘 생각이 안 난다.


그러고 나서는 헤어지는 시간이 왔을 때 나는 서울역에 데려다 달라고 했다. 그렇게 차로 서울역까지 날 데려다주고는 어색하게 인사하며 우리의 첫 만남을 마무리했다.


첫 만남 1화 끝. 2화로.


p.s 혹시 소개팅이 예정돼 있는 분이 이 글을 읽는다면, 진정한 인연을 만나고 싶다면! 연말에, 특히 크리스마스가 포함 돼 있는 주의 주말에 서울의 번화가에서 약속시간에 의도치 않게 늦어도 보고, 밥 먹다가 다시 주차하러 나가 20분 동안 상대를 혼자 둬보는 걸 조심스럽게 추천해 본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