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에 나는 근무하던 부서가 변경되어 나름대로 열심히 근무 중이었다. 그때 같이 근무하던 분들은 경력도 꽤 있었지만 꼰대 같은 느낌은 없었으며, 주말부부의 삶과 당시 2살이었던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삶에 대한 공감과 이해는 물론 본인들의 경험에서 나오는 조언까지 해주셨다. 직장생활을 할 때 일이 힘들어도 주변 사람들이 좋으면 어떻게든 버텨낼 수 있다고 했지만, 일이 힘들기도 했고 그냥 직장에서 도피하고 싶다는 생각이 컸다. 그 시기에 마침 그의 근무지도 변경이 됐고 우리는 1년 6개월 동안 같이 살기로 했다.
그때의 1년 6개월은 좋은 추억도 많았지만, 힘든 추억도 많았던 시기이다. 그래서 3대가 덕을 쌓아야 주말부부를 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온 건가?
나는 아이를 낳고 5개월 만에 복직을 했고 휴직 전까지는 부모님께서 아이를 봐주셨기 때문에 사실상 육아는 처음이었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다 알겠지만 2살, 3살은 본인의 의견은 열심히 피력하지만 부모는 알아들을 수 없는 경우가 많고, 그렇게 되면 엄청난 떼를 쓰는 시기이다. 그것을 감당해 내는 건 오로지 부모의 몫. 더구나 내 아이이긴 하지만 하루종일 아이와 붙어서 감정과 체력적으로 교류를 하는 것이 처음이니 모든 게 서툴렀다. 내가 생각한 대로 움직이지 않는 존재와 함께하는 시간의 연속.
남편이 옮긴 근무지는 조금 세게 얘기하면 골프에 미친 집단 같았다. 근무지에 적응도 해야 하고, 퇴근하면 육아전선에 뛰어들어야 하고 골프까지 배워야 했다. 각자의 삶에서 지치는 것들이 많았고 나의 부족한 부분들을 채워주기를 바라서인지 그전까지 한 번도 싸운 적 없었던 우리는 서로에게 감정적 고통을 주기 시작했다.
그 시기에 우리를 더 힘들게 했던 건 코로나도 한 몫했다.
어린이집을 보내고 여유로운 나만의 시간을 살짝 기대했지만 불가능해졌고, 한쪽팔로 아이를 안고 이런저런 집안일을 하다 보니 척추가 살짝 휘었고 디스크도 점점 삐져나오기 시작했던 것 같다.
그래도 비 온 뒤에 땅이 굳어진다는 말처럼 지나고 나서 돌이켜보니 서로를 더 잘 알게 됐고 아이에게 아빠라는 존재를 인식시켜 준 시기였다. 물론 우리 부부에게도 부모라는 존재에 대해서 그 타이틀을 그제야 받을 자격이 된 시기이기도 하다. (파병 사건은 기회 되면 정리해서 적어봐야겠다.)
휴직 전 근무하던 곳에서 인생의 선배님들이 나에게 해주셨던 조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아이가 어릴 때 많이 안아주라는 것이었다.
아이가 어릴 때 직장생활에, 당시에 직면했던 삶에 치여 많이 안아주지 못했던 것이 아이들이 성장한 뒤에 가장 후회로 남는다고 하셨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다시 생각해 보면 아이뿐만 아니라 나와 0촌인 그 사람도 많이 안아줘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안아주는 것이 어색한데 그래도 안아주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면 오늘 당장 실천에 옮기고, 주말부부라면 만나자마자 안아주기를 시작해 보는 건 어떨까. 지금이 나와 내가 선택한 사람의 가장 어린 순간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