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알 수 없는 시기
내 1호는 나와 참 많이 닮았다고 생각했다.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스멀스멀 사춘기의 냄새가
풍길 때도 그랬다. 얄밉게 내게 쌩 하다가도
다가와 말하고 싶어 내 옆에 와 재잘거리는 것도
나의 그때와 많이 닮았다.
머리를 감고 말릴 때 끝이 없는 머리숱이 그랬고,
잠이 많아 아침에 못 일어나는 것도,
친구 좋아하는 것도,
자기 자리 정리 안 하고 미루는 것도,
말로는 다 한다면서 행동은 하지 않는 것도…..
그리고 겁이 많은 것도!
그랬다. 나의 1호는 겁이 많았다.
중학교 1학년 겨울 방학인 지난겨울도 혼자 자는 걸 무서워해서 아이 둘의 방을 합쳐 한 방에
아이들 침대를 두 개 붙여 네 명이 함께 잠을 잤다.
새 학기가 되면서 각자 방을 쓰겠다는 요구에
다시는 방을 바꿀 수 없다는 반협박을 하고
각자 방을 다시 만들어 주었다.
언니와 네 살 터울의 2호는 언니를 무척 좋아하나
사춘기 언니의 알 수 없는 오락가락에
속상해하곤 했다.
2호의 언니에 대한 사랑을 1호는 잘도 이용했다.
초저녁까지는 혼자 방에 있다가 잠잘 시간이 되면 슬며시 동생을 불러 함께 잠을 잤다.
그러던 그녀가 3월 말부터는 동생을 부르지 않고
방문을 닫기 시작했다.
어떻게 하룻밤 사이에 저렇게 변할 수가 있는지
아리송했으나 한편으로는 이제 정말 독립을
시작하는구나 싶어 쾌재를 불렀다.
작년 중학교 첫 학기만 해도 밤마다 나를 불러
자기 이야기를 들어 달라, 수행인데 도와 달라며
잠 많은 나를 꽤나 힘들게 했었다.
그래. 이제 겁 많은 1호도 크구나 싶었다.
하지만 뭔가 석연치 않는 느낌이 있었다.
엄마의 직감인가!
그랬다!
그녀는 우리 부부 몰래 sns를 시작했던 것이다.
늦게 배운 도둑질이 날새는 줄 모른다고 했던가?
조용히 닫힌 그녀의 방에서 자신만의 동굴인
sns 세상 속에서 살게 된 것이다.
호랑이가 무서워하는 곶감만큼 효력이 있는 sns는 그 겁 많던 열 다섯 소녀를 아주 대범하게
만들어 주었다.
그리고 그녀의 대범함 만큼 나는 상처를 입었다.
나 몰래, 이제는 나에게 비밀을 만들어 놓고도
너무 당당하다.
어쩌면 당당한 것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제 나도 나만의 동굴에 들어가고 싶다.
알 수 없는 사춘기 마음에 흔들리는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