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일을 시작하고 나서 달라진 가장 큰 것은
출장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예전 회사를 다닐 때,
나는 1년 동안 회식에 참석한 횟수가 손으로
꼽을 정도로 적었고 주말은 항상 아이들과 함께
했다. 일하는 엄마지만 엄마의 부재를 느끼지
않도록 부단히 노력했다.
그러나 이번에 완전히 일의 방향을 바꾸고 나니
그렇게 일하기는 쉽지 않았다.
프리랜서처럼 일하기로 했던 곳에서
3월부터 주 3일로 출근 제의를 받아 출근을 시작했다. 이때도 아이들의 하교 시간을 고려해 9시 출근, 오후 3시 퇴근으로 합의를 보았다.
이렇게 사무실 출근은 어렵지 않았다.
문제는 출장이었다. 4월부터 3박 4일의 출장이
시작되었다. 5월엔 5박 6일, 6월엔 3박 4일,
또 3박 4일..
가장 크게는 아이들의 하교 후 시간과 식사 문제였다. 출장 전날엔 4일 동안의 반찬을 준비하고
아이들 옷들을 챙긴다. 혹여라도 무언가 부족할까 싶어 간식들도 챙겨둔다.
여전히 나는 엄마의
부재를 아이들이 불편하지 않게 노력했다.
그러나 나의 출장은 첫아이의 초등학교 입학때와
같이 엄마는 걱정했고
아이는 학교 생활을 잘 해내는 상황이 되고 있었다. 6월, 추가로 1박 2일의 출장이 생겼다.
둘째 아이에게 조심스럽게 이야기한다.
“엄마 목요일에 출장 가.”
“그럼 언제 와요?”
“금요일에…”
“금방 오네요. 알았어요.”
쿨한 둘째의 대답에 마음이 놓인다.
이렇게 나의 출장은 자리 잡혀 가는가?
첫째도 처음엔 자신의 첫 중간고사와 맞물려
있는 출장 일정에 예민해했으나 중간고사를 보고
난 후의 아이의 반응은….
“엄마 없어도 괜찮았어요.
크게 불편하지 않더라고요.”
살짝은 사춘기 딸아이를 남편에게 맡기고 가는 것이 불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나만의 걱정이었을 뿐!
우리의 물리적 거리감이 서로의 정신 건강에
좋은 듯싶다.
얼마 전 내 책상에 붙어 있는 손톱만 한 스티커를
발견했다.
“누가 엄마 책상에 스티커를 붙여 놨나?”
“저요. 잘 봐요. 누굴까요?”
둘째의 짓궂은 표정이다.
“글쎄… 누구야?”
“출장 가는 엄마예요!”
아 , 짐 싸들고 나서는 나였구나…
그래, 엄마 출장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