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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나리자 Jul 06. 2023

알바 좀 하고 올게요~

작년 6월 말일로 회사와 바이바이~ 했다.

지속되는 회사의 재정난도 힘들었고 부모님들의 건강 문제, 아이들 돌봄 문제… 내가 정할 수 있고 컨트롤할 수 있는 범위가 넘어가니 몸도 마음도 힘들었다. 그중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를 고민해서 정리하자고 마음먹은 것이 회사였다. 일이 좀 더 하고 싶었다면 다른 결론을 만들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난 전업주부가 되었다.

그렇게 1년이 흘렀다.

전업 주부로 지내면서 아이들도 보고, 산책도 하고, 어르신들과 자서전 쓰기 수업도 들었다. 그리고 이렇게 브런치 작가도 되었다.

일도 더 하고 싶고, 아이들도 더 보고 싶은 지금은 그냥 지금의 나다.

지난 3월 같은 일을 하고 있는 지인에게서 연락이 왔다. 사람 구하기가 너무 힘들다며 혹시 괜찮으면 사무실에서 아르바이트라도 좀 해 줄 수 있겠냐는 부탁이었다. 새 학기가 시작되면서 둘째가 작년 1학년에 했던 돌봄 교실에서 나의 재직을 확인하는 서류 제출을 해달라는 요청이 왔다. 이제는 일하지 않아서 둘째는 이번 학기부터 돌봄 교실을 가지 않는다. 그러므로 하교 시간이 매우 빨라졌다. 월, 수는 12:50이면 하교다. 나머지 요일도 아르바이트를 하기엔 너무 짧은 시간이다. 아무래도 나는 어려울 듯싶어 다른 이를 알아보라고 했다.


5월 다시 연락이 온다.

“실장님, 너무 급해서 그러는데 짧게 라도 나와서 도와줄 수 없을까요?”

그녀도 초등 둘을 키우는 워킹맘이다. 지금 내 시간이 어렵다는 걸 충분히 알 텐데도 이렇게 다시 연락한 걸 보니 급하긴 급한 것 같아 일단 일주일에 하루라도 나가보마 했다.

그렇게 시작된 아르바이트다.

일주일 한번 4시간!

오랜만에 나가 앉아 있자니 사무실의 전화 소리 한마디만 들어도 무슨 일인지, 어떤 돌발 상황이 생겼는지 짐작이 갔다. 이렇게 한 발작 물러서 있으니 그 상황이 힘들지 않고 남의 일이 되다니…

칼라를 깔아 놓고 예쁘게 놓는다.

“이 원단 참 예쁘네요. 칼라도 좋고요.”

“어! 아직 원단 이쁘다고 하는 걸 보니 실장님 다시 일해야겠네~”

아고야, 아닌데…그런 거…

지금 그냥 알바가 좋다.

일주일 한번 출근 시간에 사람들과 부딪히며 출근하는 기분, 맛난 커피 하나 사서 사무실로 올라가는 기분! 요정도가 딱이다!


“알바 다녀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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