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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나리자 Jul 05. 2023

산책 왜 하세요?

내 산책의 시작

코로나가 한참 진행되던 시기

2021년 초쯤이었다.

남편이 부쩍 몸이 무거워진 것 같다며 체지방까지 체크하는 체중계를 구입했다. 몸이 부쩍 무거워지다니.. 언제나 마른 체형을 유지하는 그다.

체중 체크를 하더니 관리를 좀 해야겠단다. 그러더니 슬쩍 내게도 체크해 보라며 밀어 놓는다.

난 안 한다고 손사래를 치고 자리를 피했다.

안 그래도 뭔가 옷태가 이상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늘씬하지는 않아도 항상 거의 같은 몸무게를 유지하고 있었다. 남편이 없는 사이 체중계를 사용해 본다.

헉! 이게 모냐! 내 몸무게 앞자리가 바뀌었다! 고등학교 때부터 아이 둘 임신했을 때만 빼고는 쭉 같은 몸무게였다. 한데 이건! 충격이었다.


회사에서 이 이야기가 나왔다.

“실장님 남편분이 큰 그림 그리신 것 같아요.”

아 그런 건가? 자기 때문이 아니고 나 때문에 체중계를 구입했나? 직장을 다니고 신입 2년을 빼고는 회사에서 제공되는 차를 타고 다녔다. 그래도 결혼 전에는 퇴근 후 다른 약속들도 많고 해서 걷는 일이 많았다. 하지만 결혼 후에는 웬만한 일이 아니고서는 집과 회사뿐이었다. 자연스레 움직임이 적어졌을 것이다. 그나마 30대까지는 아이 키우느라 더 움직이긴 했을 테다. 하지만 이제 초등생 2명을 키우니 종종거리는 움직임도 많이 줄었다. 게다가 코로나로 외근보다 내근이 많아지고 단축 근무를 하게 되면서 나의 활동 반경은 더욱 좁아졌다.

아 모르겠다. 아무튼 40대의 중반에 들어서는 이때 이렇게 체중이 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40대부터는 숨만 쉬어도 살이 찐다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이때도 퇴근 후 아이들과 산책도 하고 움직이면 좋았을 텐데 그렇지 못했다. 다만 어느 건물에 들어 가든 기왕이면 엘리베이터 말고 사람 없는 계단을 이용하자고 생각했다. 자주는 아니어도 그렇게 한 5개월을 하니 원래 나의 몸무게로 돌아왔다. 정말 운동이 필요한 나이가 되었구나 느꼈던 시간이었다.

작년 퇴사하고 집에서 지내면서 시작한 게 산책이었다. 회사 다닐 때는 하루에 2000걸음을 못 걸을 때도 많았다. 산책을 하니 하루 7~8000보, 좀 더 움직이면 만보는 넘게 걸었다.

물론 살은 더 빠지지 않는다. 다만 차를 타고 다닐 때는 보지 못한 풍경들을 보게 된다. 걸으면서 느끼는 풍경들이 참 좋다. 우리 동네에 이런 곳이 있었구나 알게 된 곳도 많다. 오늘도 산책을 하며 이런 좋은 자연을 보며 더 건강하게 살아야겠다고 생각한다.

남편의 큰 그림이었던 작은 그림이었던 시작은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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