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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나리자 Jul 04. 2023

모닝커피 타임

한 달에 한번 힐링의 시간

그녀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절친이다.

뭔가 비슷한 성향이 있으니 친구가 되었을 테지만 우리는 다르다.

그녀는 기억력이 좋다. 사소한 나의 이야기를 다 기억한다. 가끔은 내가 기억 못 하는 나의 모습도 기억하고 있을 때가 있다.

그녀는 책을 좋아한다. 고등학교 시절 ’ 아리랑‘을 읽어 볼까 하고 한두 권을 뒤적이며 송수익에게 빠진 것도 그녀의 영향이었고, 한참 페미니스트적인 사상이 피어오르던 시절에 읽었던 ‘여성이여, 테러리스트가 돼라 ‘,’ 이갈리아의 딸들‘도 그녀의 영향이었다.



작은 체구의 이쁘장한 외모의 그녀와 나는 고등학교 시절 열심히 만나고, 열심히 재잘거리고, 열심히 돌아다녔다.

대학교에 가면서 조금은 만남이 소원해졌다가 그녀의 결혼, 출산, 곧이어 나의 결혼 시기쯤에는 다시 연락이 잦아지기는 했다. 하지만 둘 다 일하며 아이를 키우다 보니 고등학교 시절 같아지기는 어려웠다.

그나마 그녀가 종종 육아와 일 사이에서 종종 거리는 나를 한 번씩 세상으로 불러내 주었다.




그녀는 러너다.

정확히 언제부터였는지는 모르겠으나 대략 3~4년 전부터 그녀는 달리기 시작했다. 어릴 적에도 나와 반대로 항상 일찍 일어났었지만 미라클모닝을 하면서 달리기를 시작했다고 했다. 추운 겨울이 오면 컨디션이 저조해져서 연락도 뜸했었던 그녀였다. 사실 이 부분은 그녀가 말해 주어서 알았다. 한동안 연락이 없으면 그냥 바쁜가 보다 했었던 무딘 나였다.

그 이유가 다운되는 컨디션 때문인지는 난 알지 못했었다. 그렇게 달리기를 시작하면서 겨울에도 보통 때의 컨디션을 대략이라도 따라갈 수 있다고 했다.

아침이 너무 힘든 내가 올해 초부터 미모닝을 한다고 하니 너무 반기며 응원해 주는 그녀다.

문득 일요일에도 달리기를 한 그녀의 SNS를 보고는 아이들도 늦잠 자는 일요일 아침 모닝커피타임을 제안했다. 혼자만의 달리기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거절할 줄 알았는데 무척 반긴다.

그때부터 우리는 한 달에 한번 일요일 7시 반 카페에서 만나 세 시간 열심히 서로의 생각과 일상을 나눈다.

어떤 날은 집에 돌아오면 아이들이 그대로 자고 있을 때도 있고 어떤 날은 깨어 있을 때도 있다.

아이들이 어디를 다녀왔는지 묻는다. 친구를 만나고 왔다고 대답하며 아이들에게 말한다.

“엄마는 그 친구와 생각을 나눠. 요즘 무슨 책을 읽고 있는지, 무슨 생각을 하며 살고 있는지, 어떻게 건강한 몸과 정신으로 나이 들어 갈지…”

                                                         <출처:픽사베이>


요즘 우리의 최대 관심사다.

퇴사를 하고 사회생활 이야기를 못 듣는 내게 그녀의 회사 이야기를 내게 활기를 준다. 가끔 퇴사하고 아무것도 아닌 듯한 나의 모습에 한심함을 토로해도 그냥 위로가 아닌 용기 낼 수 있는 힘을 준다.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친구, 무조건적인 지지 보다 조금은 나의 약한 모습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 주는 친구.

우리 그렇게 늙어 가자.

“건강해야 해. 나 늙어서도 놀아줘!”

그녀의 우스갯소리가 너무 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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