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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나리자 Jul 11. 2023

낮잠의 매력

고등학교 때까지였을까? 그걸 낮잠이라고 해야 하나? 잠을 자도 자도 졸리던 그 시절. 2교시 끝나고 매점으로 달려가 간식을 먹고 4교시 점심을 먹고 나면 쏟아지던 그 잠, 그 잠은 낮잠이라고 할 수 있나?


결혼 전까지 내게 낮잠은 아기들이나 자는 것이었다. 평일은 회사에서 주말엔 밖에서 잠시라도 집에 머무르는 시간은 모두 밤잠이었다. 친구들을 만나도 만나도 부족했던 시절이었다. 세상에서 친구들과 노는 게 가장 재밌었다.

이십 대, 젊음 때문이었을 수도 있다. 피곤이란 게 무엇이었나 싶다. 내 체력을 의심했던 적이 없었다.


서른셋에 첫 아이를 출산했다. 친구들도 비슷한 시기에 출산을 해서 늦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문제는 그때부터 내 체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아이를 낳고 행동반경이 줄어들어서였을지, 출산이 내 체력 저하에 한몫을 한 건지, 원래 이 나이가 되면 체력이 떨어지는 건지 정확히 알 수 없었다.


남편의 낮잠 습관은 결혼 3년 후쯤 알게 되었다. 주말 부부로 지내다가 함께 지내게 되면서였다.

난 소파에 누워 있는 걸 싫어한다. 나 말고 다른 사람도. 소파는 침대가 아니라 의자다. 의자는 앉아야지 눕는 게 아니다. 눕고 싶으면 침대로 가라. 나의 원칙이다. 주말 낮에 남편은 소파에 앉아 졸곤 한다. 누울 수 없으니 앉아서 졸게 되는 것이리라. 침대에 가서 누워 자라고 하면 짧게 잘 꺼라 그대로 있겠단다. 침대에 누우면 긴 잠이 될 수 있으므로… 난 낮에 그렇게 졸면 기분이 나쁘다. 소화도 안 되는 것 같고 잔 것 같지도 않고 안 잔 것 같지도 않은 그 어정쩡한 상태가 싫다. 여름 방학에 늦은 오후 잠이 들었다가 저녁 먹을 시간이 지나서 깼을 때의 그 찜찜한 느낌이랄까?

<출처: 픽사베이>


아이들과 주말 특별한 일 없이 집에 있다가 넷이 함께 잠이 든 날이 있다. 그 주에 특별한 일이 있었는지 기억은 잘 나지 않는다. 그리 길지 않게 잠이 들었다 깼는데 그렇게 개운할 수가 없다. 피로가 싹 사라진 느낌이다. 어머나 이게 뭐람! 남편은 피곤할 때는 회사에서 점심 먹고 잠깐 15분 오침을 한다고 했다. 잠드는 게 아니 더라도 눈만 감고 있어도 피로감이 좀 나아진다는 것이다. 지금 나의 낮잠이 그 느낌인가?

낮잠 자는 남편을 폄하했던 내가 이렇게 낮잠을 달게 잘 수 있나? 살짝 남편에게 미안해졌다.


요즘은 너무 피곤한 날에는 낮에 잠시 눈을 붙인다. 깊이 잠들지 않은 얕은 수면에서 깨면 피곤함이 확 줄어 있음을 느낀다.

오늘처럼 종일 비가 오면 낮잠 자기 딱 좋다.

멍하니 창 밖 비를 보다 달콤한 낮잠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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