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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나리자 Jul 12. 2023

피부 좋은 여자

세상에서 제일 부러운~

“야, 너 요즘 피부가 왜 그래?”

작년 오랜만에 만난 친구의 한 마디로 나의 모든 관심은 피부로 간다.

내 피부가 그렇게 이상한가? 기분이 상해서 집으로 돌아온 나는 가만히 거울을 들여다본다.

원래 내 피부는 이랬는데… 이리보나 저리보나 모공 넓고 주름진 내 얼굴은 똑같다.

아! 여기다! 눈 밑 주름!

‘점점 주름이 느는구나.’ 생각만 했지 ‘요즘 왜 이러나?’ 고민한 적은 없다. 주름은 자연스러운 거니까. 가만히 들여다보니 주름도 주름이지만 건조한 가을에 피지 조절만 생각해서 선크림을 골라 사용했던 게 이유란 것도 알 게 되었다. 그때부터 시작된 나의 피부관심!



사람들을 만나면 피부만 보인다.

학부모 총회에 무엇을 입고 가느냐가 관심사였을 때도 나는 그녀들의 피부만 보였다.

안 그래도 딸아이들이 다른 엄마처럼 머리를 길렀으면 좋겠다. 화장을 예쁘게 했으면 좋겠다에서 시작된 요구들이 엄마는 누구 엄마보다 나이 들어 보인다. 아빠는 아빠 같은데 엄마는 아줌마 같다.(우리 부부는 동갑이다) 같은 직설화법으로 이야기할 때마다 심기가 불편했던 터였다. 그 이유가 피부 때문인가 싶다.


올 초 큰맘 먹고 피부과에 갔다. 거금 30만 원짜리 시술을 예약했다. 일주일에 한 번씩 3주나 가야 한다. 세상 귀찮다. 결혼 전에 1회에 2만 원짜리 마사지를 10회 한 적이 있다. 그때도 너무 귀찮고 힘들었다. 해도 별로 티도 안 나는데 시간 버리고 돈 버리는 느낌이었다. 그래도 이번만큼은 좀 더 나아지리라 마음먹고 3주의 시술을 버틴다. 시술할 때 아프기도 아프고 시술 후 3일은 어디 나가기도 민망한 얼굴로 지내는 것이 여간 힘든 게 아니다. 그렇게 나의 첫 피부과 나들이는 끝났다. 아주 드라마틱한 효과를 바란 건 아니었지만, 역시나 그 피부가 그 피부 같다. 저 예쁜 피부를 가진 사람들은 무엇을 하는 것인가? 역시 피부는 타고나는 것인가?

그래도 삼십만 원이나 주고 피부과를 다녀왔는데 이대로 둘 수는 없지! 열심히 유튜브를 찾는다. 피부에 좋은 팩을 알아본다. 피부에 좋은 영양제도 찾아본다. 이 정성을 이십 대에 피부에 쏟았으면 지금 난 피부 미인일까?

얼마 전 큰아이의 친구 엄마를 잠시 만나 인사를 했다. 피부가 정말 모공 하나 없이 너무 깔끔하다. 나도 속으로 감탄만 했는데 집에 와서 아이가 그 친구 엄마 피부 너무 좋지 않냐며 이야기를 꺼낸다. 그래 너무 좋으시더라 나도 인정했다. 그러고는 며칠 후 그 친구의 엄마 나이가 나와 같다며 너무 놀라라며 이야기를 한다. 내가 훨씬 나이 들어 보이는데 어떻게 동갑이냐며!

“솔직히 피부는 엄마보다 좋은데 분위기는 정말 나보다 들어 보이시더라!”

나도 모르게 격한 반응으로 아이에게 쏘아붙였다.

아이가 당황해한다.

“알겠어요…”

내가 지금 뭘 한 건가?

너무 몰입했다.

그래 피부가 정말 좋으시더라.

지금부터라도 좋은 거 먹고 좋은 거 바르자.

지금부터라도 천천히 늙으면 돼 지모~

부럽다. 피부 좋은 그녀들이~


사진 출처: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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