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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나리자 Jul 17. 2023

서태지 말고 현철오빠!

나의 가요사

‘난~알아요! 이 밤이 흐르고 흐르면~‘

중학교 시절, 서태지와 아이들이 선풍적인 인기를 누리던 시절이었다.

등교하는 오르막 길에 나란히 있고 문구점들 앞에는 서태지와 아이들이 도배가 되어 있었다. 지금 아이들이 모으는 ‘포카’ 일 것이다. 그중 단연 으뜸은 서태지였다. 아이들은 새로 나온 사진들을 구경하느라 문구점 앞은 항상 만원이었다.

그 어떤 사진에도 요동하지 않는 이가 있었으니,

바로 나!

난 서태지와 아이들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나의 오빠가 없었던 건 아니었다. 나의 사랑하는 오빠들~ 이승환, 신승훈, 이승철…그리고 현철님!

나의 오빠들 계보다. 아이들이 잘 생기고 키 큰 댄스 가수들을 좋아할 때 나는 나만의 오빠들을 좋아했다. 가끔 친구들은 그런 나를 놀렸다. 땅딸만 한 가수들만 좋아한다고! 내가 참 애 늙은이 같기는 했다. 외모가 무슨 상관인가? 그들의 가사가, 감성이 이렇게 나를 감동시키는데…

가사 하나하나에 나의 감정을 이입하고, 되새기고~


내가 팝송을 잘 듣지 않았던 이유가 여기 있다. 가사가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이때 팝에 빠졌더라면 영어 박사가 되어 있을 텐데~

가장 마지막으로 좋아했던 가수 김현철은 여중생보다는 여대생에게 인기가 많았었다.

신촌의 한 레코드점에서 있었던 사인회에 여중생은 내가 유일했던 것 같다. 그의 노래는 정말 멋졌다. 단순한 가사가 시처럼 느껴졌다. 현철오빠가 라디오 DJ를 한동한 한 적이 있었다. 매일 밤 오빠의 목소리를 들으며 저녁시간을 보냈다. 집에 강아지가 왔다. 동생이 강아지를 많이 좋아해서 지인분이 보내셨는데 강아지 이름을 무엇으로 할지 동생이 물었다. 그래 그럼 현철오빠에게 물어봐야지! 그날 밤 ‘디스크쇼’의 오빠의 첫 맨트로 이름을 짓기로 했다. 동생과 나는 라디오 스피커에 귀를 기울이고 10시를 알리는 소리를 듣고 있었다. 그리고 흘러나오는 오빠의 목소리! “오늘은……” 그리하여 우리 강아지의 이름은 ‘오늘’이가 되었다.


달의 몰락’,‘그대 안의 블루’가 큰 인기를 얻었었다. 그러면서 그 전의 앨번에도 관심이 가고 자주 들었는데 가장 좋아했던 곡은 ‘동네’ 다. 그 시절 난 심한 첫사랑앓이를 하고 있었다. 같은 동네 오빠를 좋아했다. 오빠와 함께 걸었던 동네 골목골목, 5월이면 보랏빛으로 물들던 오빠 집 앞의 라일락 향기, 그 잊을 수 없는 추억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노래다.

나의 한남동 추억 한 자락이기도 하다.

이제는 중년이 된 현철님, 열일곱 그 시절의 나, 새록새록해지는 나의 노래


동네


가끔씩 난 아무 일도 아닌데 음 괜스레 짜증이

날 땐 생각해 나의 동네에 올해 들어 처음 내린 비


짧지 않은 스무 해를 넘도록 나의 모든 잘못을

다 감싸준 나의 동네에 올해 들어 처음 내린 비

 

내가 걷는 거리 거리거리마다

오 나를 믿어왔고 내가 믿어 가야만

 

하는 사람들 사람들 사람들 사람들

그리고 나에겐 잊힐 수 없는

 

한 소녀를 내가 처음 만난 곳

둘이 아무 말도 없이 지치는 줄도 모르고

 

온종일 돌아다니던 그곳

짧지 않은 스무 해를 넘도록 소중했던 기억들이

 

감춰진 나의 동네에 올해 들어 처음 내린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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