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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나리자 Jul 26. 2023

여름은 쿨이지!

나의 가요사

대학시절 6월 종강과 동시에 우리는 강원도로 향했다. 해마다 인원수는 달랐다. 고등학교 절친들의 모임에 그들의 여자친구들이 함께 떠나는 여행이었다. 이렇게 나이가 들어 생각해 보니 참 웃기는 조합이다. 전혀 모르는 여인들이 남자친구의 친구들과 또 그들의 그녀들과… 3박 4일을 함께 휴가를 보내다니.. 어찌 보면 수련회 같은 느낌이랄까? 아니다. MT느낌이겠다. 다만 썸은 없다. 이미 연인들이니~


그때만 해도 아직 학생신분이어서였는지 운전면허를 가진 사람이 없었다. 그중 유일한 운전병 출신의 면허 보유자가 있었으니 그는 ‘전기사’ 우리의 휴가를 안전하게 이동시켜 주는 그에게 내가 지어준 별명이었다. 서글서글했던 전기사는 내 옛 남자친구의 절친이었다. 내 인생 고민도 많이 들어주고 친오빠처럼 걱정해 주고 가끔은 내 짜증도 잘 받아주었던 전기사다. 별명에서 알 수 있듯이 그이 성은 전 씨다. 이름은 노코멘트! 이제 40대 후반의 아저씨가 되어 있겠지!

전기사가 처음으로 여자친구를 데려왔다. 세상 너무 예쁘다. 키도 크고 날씬한 언니는 플루트를 전공한다고 했다. 어쩜 전기사랑 너무 안 어울린다. 어찌 저 두 사람이 만났을까? 그 예쁜 언니는 외모와 상반되게 가끔씩 사투리를 사용했다.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 그게 그녀의 매력이기도 했다.

우리 휴가는 언제나 스타렉스 한대였다. 모두들 오랜만에 만나 인사를 나누고 우리는 동해로 떠난다.

6월 말, 아직 휴가철도 아니라서 우리는 신나게 고속도로를 달린다.

달리는 차 안에서 필요한 건 뭐다?

노래! 흥이 나는 신나는 노래를 들어야지 제맛이다.

출발과 동시에 우리는 ‘쿨’의 노래를 듣는다.

‘빨리 떠나자~야야야야~바다로~’

처음에는 모두들 또 쿨이야?  하지만 어느 순간 우리는 떼창을 하고 있다.

전기사는 쿨을 참 좋아했다. 그래서 우리는 여름 전기사의 차를 탈 때면 언제나 쿨의 노래를 들었다.


언젠가 전기사가 그녀와 헤어지고 우리 커플과 셋이서 여행을 갔다. 이번엔 전기사가 뒷자리에 앉았다. 이젠 우리도 운전면허가 생겼다.

우리는 쓸쓸할 전기사를 위해 쿨의 오래를 틀어 준다.


나도 그와 오래전에 헤어졌다.

그도, 전기사도 만날 수 없다.

하지만 가끔 전기사의 그녀와는 연락을 한다.

언니와 쿨 노래 이야기를 나눈다.

지금도 쿨의 노래는 나의 신나는 20대 시절로 데리고 간다.

참 용감했고, 참 즐거웠고, 에너지 넘쳤던 시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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