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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나리자 Oct 05. 2023

나의 네 번째 도전

수영-너에게로 가는 길

정말 갑자기였다.

할까 말까 큰 고민도 없었다.

언젠가는 다시 해봐야겠지… 했던 그 수영


수영, 이번은 내 인생의 네 번째 수영이다.

20대 초반 친구들과 함께 호기롭게 시작했었다. 그러나 워낙에 물을 무서워하던 나는 친구들과의 같은 강습 시간을 못 따라갔다. 그것도 겨우 음파 팔 돌리기에서!

두 번째, 20대 중반 회사생활도 자리 잡아가고 뭔가 운동이라는 걸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다시 시작한 수영이었다. 이번에도 너무 큰 기대였는지, 나는 쉽게 포기하고 말았다.

세 번째, 첫아이 초등 입학즈음 6개월간 회사를 다니지 않았던 시기였다. 아이의 학교생활에 엄마가 꼭 필요할 거라 생각했는데 걱정보다 아이는 학교에 금세 적응했고 방과 후 수업도 잘 다녔다. 어린이집 시절 아이의 등원과 함께 출근, 아이의 하원과 함께 퇴근했던 나로서는 그 남는 시간이 너무 아까웠다. 이제 마흔에 접어들었으니 이번엔 정말 수영을 제대로 해보자는 마음으로 다시 시작했다. 지난 두 번의 실패였을 때보다는 한 달을 더 다녔지만 난 또 음파 팔 돌리기에서 멈추고 말았다. 수영장까지 가는 것도 꾸역 꾸역이였지만 물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내가 물속에 머리를 넣는 것은 너무 고역이었다. 기본 호흡이 되지 않으니 물속에 들어갈 때마다 공포였다.

그렇게 수영은 내 인생에서 멀어져 갔다.

코로나로 다니던 사람들도 수영장에 다니지 않았다. 큰 아이도 2학년 때 시작한 수영을 3학년부터는 하지 못했다. 6학년이 되니 이제 수영은 좀 커서 스스로 할 때 시킬까 하던 차에 친구들이 한다고 함께 하고 싶어 했다. 주 2번 강습인데 하루는 시간이 안 맞아 하루만 가야 했지만 이렇게라도 움직이는 게 좋을 듯싶어 강습을 시작했다.




수영을 세 번이나 도전했던 나와 달리 우리 남편은 한 번도 도전하지 않았다. 자기는 뭐든 하면 중간은 간다 했던 남편이었다.

2학년이 된 둘째 아이는 나를 닮았는지 물을 꽤나 무서워했다. 물놀이를 가거나 해수욕장에 가도 발 담그는 것조차 하지 않으려 했다. 이제 수영장 출입이 쉬워졌으니 슬슬 둘째 아이 수영을 시작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때마침 집 근처 문화센터에 주말 1:4 강습반이 생겼다. 그래서 남편은 성인 1:4반에, 둘째는 초등 1:4반에 등록하고 8월부터 수영을 시작했다.

주중에 큰아이를 데려다주고 주말에 남편과 작은 아이와 수영장에 함께 다니다 보니 문득 ‘이렇게 우리 가족이 다 수영을 시작했는데 나도 다시 해볼까?’

싶었다. 이번에는 시작하기 전에 큰 마음도, 포부도 없었다. 그저 가족이 함께 배워 놓으면 어디 놀러 가서도 혼자 멀뚱히 있지 않고 함께 할 수 있겠다 싶었다. 9월 등록에 나도 새벽반으로 주 2회를 등록했다. 아이들 등교시키고 가려면 10시 반에 가야 하는데 가기 전 30분 올 때 씻고 오는 시간을 하면 오전 시간을 다 수영으로 써야 할 것 같아 조금은 무리하게 6시 강습반을 등록했다. 선생님이 어디까지 배웠냐고 물으시길래 음파만 하다 말았다고 했다. 나는 발차기를 배우고 음파를 배운다. 팔 돌리기를 한다.

‘어라. 이번엔 좀 재밌다.’

물이 무섭기는 마찬가지지만 앞에 실패했던 경험 때문인지 ‘뭐 수영 배우는 게 이렇지’라는 생각이 든다.  역시 나는 좀 늦되는 사람인가 보다. 수영을 다녀온 날은 아이들 아침 식사 하는 동안 그날 나의 수영 이야기를 한다. 큰아이는 나보다는 좀 더 빠르니까 나에게 조언을 해준다. 둘째는 무서운 물을 엄마도 이겨내려 하고 자신과 같이 발차기를 하고 있음에 신이 난다.

가족과 시간은 다르지만 같은 운동을 하니 이야기 나누기도 좋다. 이렇게 힘든 걸 아이들이 해낸다는 게 대견하다.  이번 수영은 잘 해낼 수 있을까?

쌀쌀해진 오늘 아침에도 5시 20분 알람을 힘겹게 누르고 일어났다. 가는 길은 아직 두려움이지만 수영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은 오늘도 빠지지 않고 해냈다는 성취감을 준다. 좀 늦으면 어떠리! 뜨면 되고, 가면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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