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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나리자 Oct 06. 2023

나의 옆집 친구

지금 살고 있는 집은 우리 부부가 소유하게 된 첫 집이다. 입주에 대한 큰 기대와 더불어 새집이어도 조금은 손보고 들어오고 싶은 곳들이 있었다.

크게 무리해서 인테리어를 할 수는 없어서 부엌만 새로 하기로 했다. 입주 전 일주일 동안 시공을 하면서 매일 집에 들렀다. 그때마다 옆집에 이사 오실 아저씨를 마주치곤 했다. 아빠보다는 조금 젊어 보이시는 연배의 모습이었다. 옆집은 크게 무언가를 하시지는 않았지만 우리 집 시공을 가끔씩 와서 보시며 아이디어를 얻고 가시는 듯했다.




드디어 입주를 하게 되었다. 본 입주일은 여름이었으나 공사가 늦어지면서 겨울에 입주하게 된 터라 여러모로 맘고생이 많았던 입주였다. 다들 그런 마음으로 입주를 해서인지 단지 내에서 만나들 분들과의 인사는 서로의 마음을 알아주는 듯한 따뜻한 눈빛들이었다. 새해가 되고 2월경 옆집도 입주를 하셨다. 입주하고 처음 뵙게 된 아주머니는 수수하시면서도 자신만의 개성이 있어 보이셨다. 각자의 집을 정리하고 집 앞의 작은 화단을 정리하며 자연스레 가까워졌다. 처음에는 같은 구조의 집을 어찌 꾸몄는지 서로 집에 가서 차도 마셨다. 옆집은 두 분만 지내셔서 우리 집보다 공간의 여유가 있었다. 또 미술에 대한 관심도 많으셔서 집은 갤러리를 연상하게 했다.




알고 보니 옆집은 우리와 같은 성당에 다니고 계셨다. 아주머니는 나를 내 세례명 ‘마리아’로 부르셨다.

“마리아, 우리 담아뒀던 매실액인데 먹어봐.”


하시며 큰 병에 가득 담아주시고, 가끔씩 과일과 옥수수등을 나눠 주시곤 했다. 아주 가깝지도 아주 멀지도 않은 이웃사촌의 거리감이 참 좋았다.

코로나로 밖에 많이 나가지 못하고 집에만 있던 시기에도 현관만 나오면 밖인 우리 단지는 집 앞 화단에서 인사를 나누곤 했다.


그래도 시간이 맞지 않으면 한동안 못 뵙기도 했다. 굳이 주기적으로 만나야 할 필요 없지만 지난달에는 문득 아주머니와 커피 한잔하고 싶어 큰맘 먹고 연락을 드렸다. 그날따라 외출해서 늦게 오신다고 하셨는데 그게 미안하셨는지 이틀 후 톡이 왔다.

‘마리아, 우리 집에 있어.

시간 되면 커피 마시러 와~’

아이들 등교시킨 후라 바로 집에 있던 포도 두 송이를 들고 간다. 두 분과의 대화는 친구들과 나누는 대화와는 다르고 또 신선하다. 연세가 있으시지만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막혀 있지 않고 열린 마음이시다. 지혜가 많은 친구와 이야기하는 듯하다. 양가 어머님들이 안 계신 내게 잘하고 있다고 토닥여 주시는데 그 안에 안쓰러움이 없다. 난 그게 좋다. ’너무 고생이다. 혼자 힘들겠다 ‘. 는 말은 내가 너무 불쌍해지는 느낌이 든다. 이분들은 그런 게 없다. 그저 삶의 흐름이고 그 흐름에서 자신의 생각으로 잘 흘러가는 게 미덕인 듯 그렇게 바라봐 주시고 말씀해 주신다. 그날 나는 커피와 간식, 점심까지 먹고 집으로 돌아왔다.


친구는 이런 내게 신기하다고 한다. 옆집 사는 아주머니 부부와 반나절을 시간을 보내는 게 쉬운 일이 아니란다. 난 그냥 친구를 만난 거다.

나의 옆집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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