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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나리자 Jul 20. 2023

엄마의 모성

모기와 참을 수 없는 동침의 밤

“엄마, 모기소리 들려요!”

아 이제 비가 좀 그치니 모기인가?

<출처: 픽사베이>


결혼 전에는 모기고 뭐고 세상모르고 자던 나였다.

밤새 천둥번개가 치고 비바람이 불어도 꿈쩍 않고 자던 나였다. 그런데 아이를 낳고 나니 나의 무디던 잠귀는 아주 예민해졌다. 아이의 이불 차내는 소리에 깨고 방문 소리에도 깼다. 하지만 항상 그렇지만은 않다는 걸 알게 된 적이 있다. 큰아이 네 살 무렵 아이 낳고는 처음으로 일본 출장을 가게 되었다. 아이와 처음으로 떨어져 지낼 생각을 하니 영 가고 싶지 않은 출장이었다.

실장님과 도쿄에 도착해서 일정을 시작했는데 웬걸 너무 신나고 좋다. 자유롭다. 종일 시장 조사를 마치고 호텔 앞 작은 식당에서 식사하며 시원한 맥주를 마신다. 밖에서 마시는 맥주가 얼마만이던 지…

다음 날 아침 실장님이 묻는다.

“김팀은 자리 바뀌어도 잘 자나 봐. 진짜 잘자더라.”

아 정말 너무 잘 잤다. 아이가 없으니 예민한 잠귀는 사라졌다. 그래 아이와 함께 있을 때만 살아나는 모성 잠귀인가 보다.


여름이 되면 잠자리 독립했던 큰아이까지 우리 넷은 한방에서 잔다. 밤새 아이의 방에 에어컨으로 감기가 걸릴 수 있다는 이유였지만 한방에서 에어컨 하나만 켜고 자야 전기료를 줄 일 수 있다는 이유가 더 컸다. 문제는 넷이 자니 더욱 숙면을 취하기가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물론 나만!


큰아이의 모기소리 듣는 귀는 정확하다. 오늘 밤도 아이들 자라고 하고 나만의 시간으로 들어갔는데 아이의 한 마디에 전자모기채 출동이다. 방문을 닫고 핸드폰 플래시를 켠다. 대체로 모긴 벽에 잘 붙어 있으므로 벽부터 훑는다. 다음은 천장, 안 보인다. 다시 어둠 속에서 내 자리에 눕는다. 앗! 물렸다. 내가 물렸다. 발등이다. 그럼 모기는 내 발등 근처에 있을 가능성이 크다. 스치듯 보였는데 놓친다. 작은 아이 이불 위에 앉은 모기를 발견한다. 아이에게 앉아 있으니 전자모기체 사용불가. 손으로 잡았다. 피가 안 난다. 그럼 나를 물었던 모기는 어딘가에 또 있다는 것. 한참을 방구석구석 플래시를 비춘다. 창틀에서 한 마리, 쿠션에서 한 마리. 세 마리를 잡았는데 모두 피가 안 난다.

아, 오늘 밤 일찍 잠들기는 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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