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이 아무 날이 아닌 것이 된듯하다.
어린이날 연휴로 아이들과 짧은 여행을 하고 온 탓인지 몸은 더욱 축 쳐진다.
연휴 전 시장 근처에 갔다가 노란색 카네이션 화분을 사 왔다. 아이들 챙기느라 또 잊고 지나갈까 싶어 아빠 꽃을 미리 사둔다.
어린이날 연휴가 대체공휴일인 6일까지 여서 아이들은 7일에 학교에 갔다. 큰아이는 7일 저녁 늦게 들어오는 큰 소동을 벌이며 어버이날 선물을 준비해 왔다. 아직은 늦은 시간 다니는 게 걱정스러운 중1이다. 친구들과 어버이날 선물을 사러 가는 게 즐거웠던 것인지, 아이는 9시 반이 다되어 들어왔다.
선물을 먼저 내미는 아이에게 늦은 귀가를 혼내는 게 아닌 듯싶어 한 박자 쉰다.
선물과 편지를 보니 웃음이 난다.
하지만 엄마는 너의 안전이 더 중요하다는 소리는 하고야 만다.
작은 아이는 어버이날 아침, 전날 학교에서 만든 작은 카네이션과 편지를 들고 온다. 아이의 편지에 눈물이 핑 돈다.
늦은 오후 아빠가 좋아하는 떡을 몇 개 사 왔다.
아빠는 떡을 다 드시고 저녁을 못 드셨다.
작은 아이가 잠들기 전 손톱을 깎아 준다. 일요일 저녁 한주를 시작하기 전 두 아이의 손톱을 깎아 주는 게 루틴이었는데 큰아이는 이제 내게 손톱을 맡기지 않는다. 손톱 깎는 게 독립의 시작인가라는 생각이 든다. 작은 아이 손톱을 깎아주고 정리하는데 문득 엄마 생각이 난다.
지금 아이의 손톱을 깎아 주듯이 나는 엄마 손톱을 깎아주었다. 손톱을 다 깎아주고 나면 귀지도 정리해 주곤 했다. 엄마가 혼자 못해서는 아니었다.
내가 어른이 되고 나서는 엄마와 마주 앉아 손톱을 깎아주고 내 무릎에 엄마를 눕히고 귀지를 정리해 주며 우리는 까르르까르르 수다를 떨었다.
어버이날 아이의 손톱을 깎아주며 잊고 있었던 오래전 루틴이 생각났다. 대단한 일이 아니어도 큰 선물이 아니어도 우리의 일상이 다 소중한 선물이라는 걸 새삼 깨달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