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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나리자 Apr 26. 2024

책 읽는 아이

너의 픽!

목요일은 나에게 바쁜 요일이다.

아이들이 영어를 엄마표 영어로 하고 싶지만 까막 눈인 에미가 과연 할 수 있겠는가?라는 생각으로 꿈만 꾸다 3년 전 엄마표 영어를 도와주는 업체가 있어 바로 시작했었다.

일주일 한번 아이가 아닌 엄마가 업체를 방문한다.

강사님과 일주일 동안 아이가 했던 활동들을 나누고 잘하고 있는지 다음엔 어떤 영어책을 읽으면 좋을지 함께 책을 골라 오는 날이다.

매일 운전으로 보냈던 직장 생활할 때도 난 운전을 참 좋아했었다. 사무실에만 있지 않고 계절의 변화를 느끼며 일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행복했던 것 같다. 집에 있으니 예전처럼 운전할 일이 줄었다. 물론 그 덕에 천천히 걷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주변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일주일 한번 종로 깊숙한 우리 동네에서 아파트들이 있는 도시 같은 마포로 운전을 한다.


이날은 차를 가지고 나가는 길에 도서관도 들른다.

어린이 도서관, 종로 도서관, 가끔은 삼청동에 있는 정독 도서관까지! 아이들 책, 내 책들이다. 빌려 온 책을 열심히 읽지도 않고 그대로 반납하는 일도 다반사다. 그래도 도서관에 가면 자꾸 탐이 난다.

이 책도 재밌을 것 같고, 저 책은 읽어 두면 좋을 것 같고,   그 재미에 도서관에 간다.

초록초록 예쁜 도서관의 정원도 나를 이끄는 하나의 이유다. 다들 오래된 도서관들이라 건물들은 예전 학교 건물처럼 생겼다. 새로 리모델링을 했어도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구조는 어찌할 수 없다.

요즘엔 연두색 빛 나무들이 참으로 예쁘다.

봄에 꽃도 아름답지만 연두 초록의 물결은 더욱 싱그럽게 느껴져 내가 더 젊어진 것 같아진다.


아침 등교 준비를 하면서 우리 집 2호가 내게 쪽지를 내민다. 조용하다 싶으면 어디선가 요런 쪽지를 만들어 온다. 별 내용 없는 날도 있고, 그림을 그려오는 날도 있고, 하트 하나 연필로 쓱쓱 그려 내미는 날도 있다. 오늘은 책 리스트다.

아이고 귀여워라. 이제는 책이 싫다고 딱 선을 그어버리는 중학생 1호에게는 바랄 수 없는 요 리스트

살짝궁 펴 본다.


어머나! 책 제목도 어쩜!

시간관리, 영어 공부, 정리 잘하는 법이라니~

신난 에미는 곱게 주머니에 넣고 도서관에 간다.

엄마가 다 빌려 올게. 너는 읽어만 다오~


그랬다.

이 책들이었다.

이 현란한 책 표지들이란…

모두 만화다.

헛웃음이 나온다.

그래 3학년인데 읽는 게 어디냐..

엄마 다 들고 갈게.

재미나게 읽어. 남는 게 있을 거야


나의 도서관 나들이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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