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그만 두기까지 마지막까지 내가 그 끈을 놓지 못한 것은 자리였다. 내 직급, 월급이 아닌 내가 회사가 가서 앉을 수 있는, 내 책상이 있는 내 자리!
그 자리가 없다는 게 참 막막했다. 아이들 등교시키고 부랴부랴 출근해서 내 자리에 앉아 모닝커피를 마시며 하루를 계획했던 그 자리는 내게 큰 의미였나 보다.
예전 남편이 집에 돌아오면 자기 자리가 없는 게 불편하다고 했다. 회사에 가면 자기 자리가 있어 자신이 사용하는 서류, 컴퓨터, 내가 사용하는 용품들을 넣어 놓는 서랍까지 있는데 집에서는 앉아서 무언가를 하기에 딱 알맞은 자리가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남편의 책상을 놓기로 했는데 남편이 내게도 책상을 하나 갖으라고 한다. 아이들에게도 함께 살고 있는 친정 아빠도 책상이 있었다. 모든 가족에게 책상이 이으니 나도 가지는 게 좋겠다는 거였다. 나는 집도 좁고 내 책상까지 놓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으나 생각해 보니 딸아이들에게도 엄마의 자리가 있는 게 좋아 보일 것 같다는 단순한 생각으로 내 책상도 놓게 되었다. 집은 좁고 책상은 다섯 개나 되고.. 그래서 우리 집은 방바닥을 볼 일이 거의 없다.
그래도 내 책상이 생기니 책을 읽거나 짧게 컴퓨터를 사용할 때도 내 자리를 찾게 되었다. 다들 각자 책상에서 자신이 할 일을 하니 당연한 것일 테지만, 내 책상이 없었으면 나는 식탁에 앉아 있었으려나 싶어 책상 놓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퇴사 후에는 아침 아이들을 등교시키고 나서 카페든 도서관이든 집 밖으로 나가 내 자리를 찾는다. 앉아서 유튜브를 볼 지언정 일단 나간다. 집에 있으면 어느 순간 늘어져 있는 나를 만나기 때문이다.
지난주부터 실습을 나가기 시작했다. 작년 방송통신대학교 교육학과 3학년 편입을 했다. 이번 학기에는 평생교육사 실습이 있다. 실습 기관으로 출근하듯이 집을 나선다. 직장에서처럼 내 책상 자리는 아니지만 어딘가에 나의 자리가 있다는 건 설레는 일이다. 어떤 일을 하게 될지 아직도 막연하게만 느껴지지만 오늘 아침엔 작지만 아늑한 내 공간을 상상해 본다. 내 책상이 한 곳에, 중앙엔 10명 정도가 함께 앉아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큰 테이블이 놓인 작은 공간을 만들고 싶다. 혼자 또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을 꿈꿔 본다. 내 자리가 있는…
사진 출처:픽사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