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3학년 둘째 아이가 분수 문제를 두고 낑낑대고 있다. 괜스레 말을 걸었다가 짜증의 폭발물이 내게 올까 싶어 옆을 그냥 스쳐 지나갔다. 학교에서 분수 단원을 시작하면서부터 짜증이 늘었다.
중학생 아이의 수학을 아빠가 봐주면서부터 작은 아이 수학도 아빠가 종종 봐주고 있다. 아이들이 내게 물어보면 나는 답을 알려주기 위해 애를 쓴다. 물론 애만 쓴다. 나와 다르게 아이 아빠는 질문하는 아이에게 역으로 질문한다. 그렇게 질문과 답을 왔다 갔다 하다가 아이가 스스로 풀게끔 하는 게 아이아빠의 방법이다. 그 모습을 처음 봤을 때는 답답하기 짝이 없었다.
‘아고, 그거 속 시원히 알려주지. 짜증 나겠네…’
그러나 그런 아빠의 방법에 아이들은 물들어 가기 시작한다. 큰아이를 조금 더 일찍 아빠가 도와줬으면 어땠을까 싶다. 역시 어설픈 엄마가 돕는 게 아니었다. 그나마 지금이라도 어디냐 싶어 아빠와 수학을 한다고 하면 나는 조용히 문을 닫고 나와 준다.
큰아이보다 힘들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 작은 아이지만 분수가 어렵긴 한가보다. 그렇게 혼자 끙끙거리다가 시무룩한 표정으로 내 옆에 와 안기며 귀에 속삭인다.
“난 분수를 못하는 아이인가 봐요.”
다행이긴 하네.
수학을 못하는 아이가 아니라 분수를 못해서…
분수 단원 평가날이 다가오자 아빠가 건네준 문제들을 열심히 푼다. 세 번 풀고 모르면 질문하기. 아빠는 슬렁슬렁 자기 볼일을 보다가 아이가 부르면 옆에 가서 몇 마디 해주고 온다. 좋겠다. 수학 잘해서~
시험 전날 평소보다 늦게까지 분수문제를 풀고 잠이 들었다. 그래도 해보겠다고 애쓰는 모습이 예쁘다.
시험지를 들고 온 날.
아이가 말이 없다. 먼저 묻지 말아야지 하고 기다린다. 스스로 이야기할 때까지 기다리는 게 가장 좋은 방법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집에 와서 살짝궁 언니에게 문자를 보냈다고 전화기를 보여준다.
“100점”
시험 본 날 바로 점수를 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큰아이가 작은 아이를 위해 미리 마이쮸를 사줬었다. 받아먹었으니 언니에게 먼저 답을 줘야 한다고 생각했나 보다. 분수문제를 풀며 자신이 없었던 아이가 다시 살아난다. 수학이 뭐라고~
이제 분수도 잘하는 아이가 되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