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과 함께 내린 잔소리
눈이 온다는 소식에 아이들이 들떠 있다.
종일 비와 바람, 우박, 그러면서 중간중간 햇빛까지 비춰주는 버라이어티 한 날씨를 보여주더니 12시가 조금 되긴 전부터 펑펑 눈이 내린다.
눈이 빨리 와서 잠들기 전에 보고 싶다던 작은 아이는 진작에 잠들었다. 중학생 큰 아이만 수행평가가 있다며 우리 부부의 안방에서 컴퓨터를 붙들고 있었다. 노트북을 들고 가서 자기 방에 가면 좋으련만 오늘따라 우리 방에서 나가지를 않는다.
과제를 하며 목도리는 언제 사줄 건지, 친구 누구는 인스타를 시작했다는 이야기까지 재잘거리다 첫눈을 함께 보게 되었다. 창으로 눈을 보다 잠깐이라도 나가자며 현관으로 나를 이끈다. 이 현관까지도 혼자 못 나오는 겁 많은 우리 큰 아이다.
이렇게 저렇게 늦어진 시간에 동생은 잠들어 있고 집안에 불들은 꺼져 있자, 나에게 자기 방에 데려다 달란다. 우리 집이 궁전인가? 방문 열면 한 발자국 가서 자기 침실이다. 그리고 이 겁 많은 큰아이 때문에 최근 다시 아이 둘이 한방에서 잔다. 그런데 그 방을 혼자 못 간다. 어느 집아이는 자기주도 학습을 한다는데 자기주도 학습이 문제가 아니라 생활 독립이 문제다. 겁 많은 건 어찌나 나를 닮았는지…
결국 아이를 방에 데려다주고는 잔소리를 눈처럼 쏟아내고 말았다….
그러고 내 침대 끝 모서리에 앉아 나는 또 이렇게 글을 쓰며 반성을 한다. 내가 키웠지.. 생활독립이 안되게 내가 키운 거지…
첫눈이 오는데 좀 참을걸…
그 잔소리에도 곤히 잠든 너…
너의 그 겁까지 사랑해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