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1학년 우리 큰아이 학교는 자율학년제이다.
고교 입시로 인해 3학년 선배들은 기말고사를 미리 시행했다. 2학년들의 기말시험 3일을 보고 1학년은 마지막 하루만 형성 평가를 본다. 엄마인 나도 시험이 좋을 리 없다. 하지만 2학년 첫 시험부터 성적이 나온다니 한편으로는 다른 학교처럼 자율 학기제라도 했으면 했다. 이미 정해져 있는 일이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래도 선생님들은 1학년들에게 형성평가라도 볼 수 있게 해 주셨다. 아이들은 성적에 기재되지 않음을 알면서도 은근히 긴장하는 모습이다.
기말고사를 월화수요일 3일 보는데 형성평가는 수요일이고 월요일, 화요일은 진로체험을 간다. 화요일은 연극을 보러 가고 월요일은 각자 원하는 수업을 들으러 외부로 간다. 무슨 수업을 들을까 고민하는 아이에게 은근히 들었으면 싶은 수업을 권했다. 알고 보니 이 수업은 다른 수업보다 길었고 따라서 도시락이 필요했다. 아차 싶었지만 도시락 때문에 가지 말라고 하기엔 늦었다. 뭐라서 사서 보낼까 싶었는데 아이는 김밥과 소시지를 싸달라고 바로 주문한다.
그래, 싸자~
아침 일찍 나가야 하기에 저녁에 재료 준비를 했다. 시금치를 무치고, 당근을 채 썰어 볶는다. 계란도 도톰하게 부쳐낸다. 밥도 밥통 가득히 예약해 둔다. 아침 6시 졸린 눈을 비비며 억지로 일어나 김밥을 싼다.
돌돌돌 김밥을 말아낸다. 엄마가 쓰던 김발 없이 싼다. 김밥을 말 때면 엄마가 생각난다. 아픈 손가락으로도 꾹꾹 눌러 싸주던 엄마의 김밥.
엄마의 김밥을 먹고 자란 내가 김밥을 싼다.
너에게도 이 김밥이 기억되길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