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로 Nov 07. 2022

초봉 2,700만원

학창 시절 부자를 꿈꾸던 나는 20대 중반이 돼서야 겨우 취직에 성공했다. 전문대를 졸업했고 초봉은 2,700만 원이었다. 학창 시절 꿈과 동떨어진 현실에 첫 발을 내디뎠다. 7년이 지난 지금 연봉은 5,300만 원이 됐다.

20대 초반까지만 해도 5천을 버는 게 어렵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하지만 졸업 후 7년 만에 겨우 연봉 5천을 넘겼다. 


살면서 남의 돈을 주머니 속으로 가져오는 일이 쉽지 않다는 걸 배웠다. 단돈 5천 원도 쉽게 벌 수 없었다. 어렸을 적 "어른들이 공부 열심히 해라, 사는 게 생각처럼 쉽지 않다"했던 말을 살면서 자연스럽게 이해했다. 인생 후배들이 이 사실을 조금 더 빨리 깨닫고 미래를 좋은 방향으로 개척해나갔으면 좋겠다. '공부'라는 단어를 '하고 싶은 일'로 바꿔서 말이다. 


가끔 보면 과거의 나처럼 아무 준비도 하지 않은 채 성공을 확신하는 후배들이 많다. 반대로 열심히 세상에 나갈 준비를 하면서 옳은 길로 가고 있는지 자문하는 사회초년생도 많다. 양쪽 모두에게 정답은 아니라도 지름길을 알려주고 싶다. 크게는 나보다 나은 인생을 살았으면, 작게는 회사생활을 잘 해내길 바라는 마음이다. 


10대에는 사람들의 마음을 훔치는 가수가 되고 싶었다. 20살 실용음악과에 입학했고 꿈에 가까워졌다 생각했다. 정작 입학하고 나서 음악에 대한 관심은 죽어버렸다. 노래에 재능이 없다고 판단하는데 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아무 노력도 하지 않은 채 8년 동안 키운 꿈을 6개월 만에 포기했고 도망치듯 입대했다. 제대하고서는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20대 초반 소중한 시간을 버렸다. 고졸 아르바이트 인생이 돼버렸다.

 

25살, 가족과 주변 사람들의 조언을 받아들이고 안정적인 직장을 갖기로 했다. 그렇게 2번째 대학에 입학했다. 고졸 아르바이트 인생에서 전문대 학생으로 한 단계 등급을 올렸다. 그때 나의 세상은 좋은 직장에 취직하는 것뿐이었다. 10대 때와 결이 다른 꿈과 목표를 만들었다. 전문대에서도 1등을 못하면 인생이 망한다는 사상을 머릿속에 집어넣었다. 대기업은 못가도 괜찮은 중견기업에 입사해야 한다는 강박이란 씨앗을 마음에 심었다. 인생 처음으로 꿈과 목표를 이루기 위한 노력을 했다. 2년 뒤, 중견기업에 입사하게 됐고 살면서 가장 큰 성취를 맛보았다. 


고졸이란 타이틀은 벗어났지만 전문대 졸업생이라는 세상에 시선은 극복하기 쉽지 않았다.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하고 더 인정받도록 노력해야 했다. 나보다 일을 못하는 사람보다 진급이 늦을 수밖에 없고 정해진 로마의 법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대다수의 회사는 아직도 여성, 고졸, 전문대 졸업, 4년제 졸업생을 분류한다. 회사 규정이라는 법을 만들어 많은 젊은이들에게 좌절과 실망을 안겨준다. 이 사실을 부정하고 원망했다. 


이게 현실이라는 걸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생각과 행동을 바꿨다. 회사가 정한 규정을 인정해야 했다. 다행히 이런 틀을 깨려고 노력했고 동기들보다 좋은 조건에서 일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세상에 정해진 규칙과 틀을 완벽히 깨버릴 수는 없지만 틈을 만들 수는 있다. 그 방법들을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다. 어떤 상황이든 더 좋은 상황을 만드는 방법은 있다. 상황을 바꾸는 힘은 자신에게 있다. 현실을 나쁘게 만드는 것 또한 자신에게 있다. 


나는 세상에 필요한 존재라 확신한다. 모든 사람은 자신만의 임무가 있다. 그 임무 또한 남이 아닌 스스로 정해야 한다. 지금 있는 위치는 말 그대로 지금의 위치일 뿐이다. 미래는 보이지 않기 때문에 두렵기도 하고 희망적이기도 하다. 후배들은 이 점을 알아야 한다. 현재 상황이 영원한 위치라고 단정 지어서는 안 된다. 내가 취직했을 때 백수로 지낸 친구 둘이 있다. 둘을 위로할 때는 내가 잘난 사람 같았지만 지금은 아니다. 한 명은 공기관에 일하면서 결혼까지 했다. 다른 친구는 직장에 적응하면서 자기 사업을 꿈꾼다. 백수일 때와는 전혀 다른 생각으로 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아직 취직을 못한 사회초년생도 있고 취직했지만 잘하고 있는지, 왜 맨날 혼이 나는지, 다른 친구보다 공부를 잘했는데 이런 직장에 다니는지 스스로에게 채찍질을 하는 친구들이 많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지금 위치는 말 그대로 지금 위치일 뿐이다. 미래를 바꾸는 힘은 자신에게 있다. 세상이 주는 답안지와 남의 평가에 귀 기울이지 않길 바란다. 자신의 힘을 믿고 스스로의 직관을 만들기를 바란다. 인생은 남의 기준으로 살아가는 게 아니다. 자신만의 기준을 만들고 살아봐야 한다.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고 앞으로도 잘할 거라 믿길 바란다. 우리는 사회의 관습과 틀에 갇혀 살아왔다. 잘 생각해봐야 한다. 학교에서 좋은 대학에 가고 좋은 직장에 취직해야 한다 알려준 사람은 의사, 변호사가 아닌 선생님이다. 그리고 가장 사랑하는 부모님이다. 그들은 말 그대로 이상적인 사상을 심어주고 있을 뿐 의사나 변호사는 아니다. 


지금은 100세 시대고 인생은 길다. 나도 한 때는 가수를 꿈꿨지만 실패했다. 고졸에서 전문대 졸업생이 됐다. 웨이터, 폰팔이, 음식점 알바를 전전했지만 생각을 바꿔 안정적인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인생은 계속 변한다. 중요한 건 상황을 변화시키는 힘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생각과 행동이다. 지금 당장은 실패한 인생 같아도 얼마든지 변할 수 있다. 후배들이 미래에 대해 많이 생각하고 많은 시도를 했으면 좋겠다. 다른 사람이 이루지 못할 거란 꿈을 가지길 바라지만 그렇지 못하고 있다면, 지금 속한 상황에서라도 지속적으로 최선을 찾아갔으면 한다. 미래를 만드는 힘을 키우고 사회의 정해진 규칙은 깰 수 있다 믿길 바란다. 

작가의 이전글 걱정 좋아하는 사람은 볼 필요 없는 이야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