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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로 Jan 09. 2024

마약, 중독돼도 괜찮던데? 안 걸리기만 하면 돼

나도 중독되고 말았다.

퇴근 후 밥 먹고 샤워를 하9시다. '평생 이렇게 살아야 하나?'라는 생각이 스친다. 살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 이런 생각을 한다. 계속되면 번아웃이 오거나 부정에 갇힌다. 결국 우울해진다.


우울은 자존감을 바닥으로 찍어 내리고 소극적인 사람이 되게 한다. 그렇게 되더라도 보통 이겨낸다. 그러고는 평범한 삶으로 돌아와 만족스러운 척 산다. 평범이 나쁘진 않다. 행복하기만 하면 되니까. 하지만 평범하기 싫다면서 상황만 탓하는 건 별로라고 생각한다.   


상황을 탓하며 평범하게 살고 싶지 않다. 그래서 퇴근 후 힘들지만 책도 읽고 글도 쓴다. 이런 사소한 행동이 쌓여 자유를 얻는다 믿기 때문이다. 이 사실을 알면서도 귀찮은 건 귀찮은 것이다. 몸이 뚱뚱해서인지 뇌조차 칼로리 소모를 원치 않는다. 쉬고 싶다는 욕망이 내 안의 부지런함을 갉아먹는다. 매일 몇 줄이라도 브런치에 글을 올려야지 했는데 곧장 누워버렸다.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었다.


오늘은 마약 없이 글을 쓸 수 없었다. 8시부터 6시까지 밥 먹는 시간을 빼고 하루종일 컴퓨터 앞에 구부정하게 앉아 일했다. 덕분에 얼마나 많은 뇌용량을 쓴 하루인지 모르겠다. 하루 용량을 쓴 것도 모자라 내일 쓸 것까지 대출까지 해왔다. 오랫동안 어떤 일에 집중하면 기분이 어떠한가? 멍해진다. 처음과는 달리 집중력을 잃는다. 그 이유는 뇌도 하루에 쓸 용량이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용량을 전부 써버린 탓에 글을 쓰고 싶지 않았다. (뇌과학을 끌어들이면서 핑계를 대고 있다니..)


글은 써야 한다는 강박에 숨겨놓은 마약을 꺼냈다. 악마의 힘을 빌려 키보드에 손을 얹는다. 이러니 중독되지 않을 수 없다. 마약 이슈로 TV에 나오는 연예인들이 이해 간다. 이러다 나도 노출돼 TV나 신문을 장식하려나? 약에 취해서 이렇게 대중적인 곳에서 자수를 해도 되는 걸까? 에라 모르겠다. 약에 힘을 빌려서라도 컴퓨터를 켰으니 이제 글을 쓰자. 잡혀가는 건 그 다음에 생각하자ㅏ. 


악마의 속삭임, 귀찮음을 이겨내게 한 마약의 정체는 도파민이다. 결국 나를 의자에 앉힌 장본인. 지독한 놈이다. 피곤해 죽겠는데도 이렇게 글을 쓰게 만든다. 사실 자책감인지 도파민 때문인지 잘은 모르겠다. 둘 중 무엇이 됐건 도파민의 역할은 분명 있었다. 다섯 줄만 써야지 했는데 다섯 문단 넘게 쓰고 있는 걸 보면 말이다.


힘들지만 글을 쓰고 있는 스스로를 칭찬하는 글을 쓰고 싶었다. 다만 지루하게 쓰고 싶진 않았다. 그래서 마약이라는 어그로를 여기까지 끌고 왔다.



힘든 하루였겠지만 자신과의 약속을 지킨 또 다른 누군가에게 칭찬을 전달한다.


아무도 보지 않을 나만의 일기니까 뜬금없지만 여기서 끝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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