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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로 Jan 17. 2024

잘 자

하얀색 피부. 귀여운 외모. 녀석은 나만 보면 온몸을 비빈다. 누워 있으면 새빨간 혀를 내밀어 얼굴을 핥는다.


책상에 앉아 일하고 있으면 안아달라 재촉이다. 그 모습이 귀여워 지그시 쳐다보면 새까맣고 동글진 눈망울로 답한다.


가끔 소리를 지르지만 미워하려야 미워할 수가 없다. 무서워서 그러는 걸 알고 있으니까.


내가 없으면 밥도 못 먹고 밖에 나갈 수도 없는 게 가끔 안쓰럽다. 말 한마디 못해 얼마나 답답할까. 온몸으로 표현하지만 도무지 소통할 수 없다. 그저 느낌으로 헤아릴 뿐. 이 녀석도 그렇겠지.


성별이 같아도 사랑할 수밖에 없다. 여자친구도 말릴 수 없다. 너란 강아지.. 결국 내 글에 등장하는구나.


강아지가 사람보다 낫다고 느낄 때가 있다. 힘들어 지쳐 있으면 어떻게 알고 내 품에 살포시 앉아 있다. 가끔 말썽 부려 혼을 내도 언제 그랬냐는 듯 꼬리 흔들며 환하게 웃는다. 혹시나 다음 생이 있으면 친구로 지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글로 남겨본다.


방석 사이에 웅크리고 잘 준비를 하는 너. 어제는 자면서 발로 첨벙거리던데. 오늘은 꿈꾸지 말고 푹 자 길 바라. 잘 자 내일 또 웃으면서, 꼬리 치면서 반겨줘.

 

나도 간식을 들고 너를 반겨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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