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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로 Feb 13. 2024

2월은 너무 무서운 달이다.

늦었다고 말하기 전에

이 글은 자책글이다. 자책이 끝나면 어떻게 해야 아버지와 더 행복할 수 있을지만 생각할 것이다. 이런 감정을 느낄 때 글로 남겨 기억하자.  




2016년 2월 2일.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무려 7년을 병원 천장만 바라보다 세상을 떠났다. 그래서 2월이 싫다. 설날이 오는 게 마냥 좋지 않다. 어머니가 더욱 그리워지기 때문이다. 이번 설 연휴 덕에 2월이 더 싫어졌다. 아버지가 쓰러지셨기 때문이다. 6년 동안 벌써 4번째다. 이렇게 되기까지 나는 무엇을 했을까? 누나가 곁에 있다고 안심해 타지에서 멍청하게 방관만 하진 않았을까? 이제는 아버지가 많이 약해진 사실을 알고만 있어서는 안 된다.  


이제 30대 중반인 나는 늦둥이로 태어났다. 늦둥이의 아버지는 81세다. 자식 다 키우고 인생을 즐기기 시작할 무렵 내가 태어났다. 덕분에 60살이 넘어서도 쉬지 못하고 목수로 일했다. 머리가 하얗게 되고 있었지만 건설현장에서 일할 수밖에 없었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내가 20살 초반 막일을 하면서도 힘들다 느꼈는데 말이다. 아버지는 나를 보며 버텼을 것이다.


어머니는 고희를 바라볼 때까지 아침마다 따뜻한 밥상을 차려주었다. 노부부의 힘듦은 모른 체 사랑만 받으며 자랐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이런 생각을 해도 아직 한참 모자라겠지. 효도는 못할 망정 지금처럼 모른 척해서는 안된다.  


이제 좀 자리 잡고 뭘 좀 해보려 하니 아버지 몸이 엉망이다. 노인 우울증, 고혈압, 협착증. 아버지가 이렇게 쇠약해져서야 이런 생각을 한다. 이제는 같이 여행을 가도 몇 분 걷기가 힘드시다. 아버지와 하고 싶었던 일을 쉽게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때까지 괜찮다고 하시니까 괜찮겠지 하며 방관했다. 아닌 사실을 알았으니 이제라도 모른척하면 안 된다. 더 나빠지기 전에 자주 찾아뵙고 전화해야 한다. 매번 이렇게 생각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잊힌다. 자식 둬봤자 소용없단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아버지가 쓰러진 당일, 오랜만에 함께 목욕탕을 갔다. 어렸을 때 아버지가 등을 밀어주면 아팠다. 빨갛게 달아오른 살을 보면서 투정을 부렸다. 이제는 상황이 다르다. 등을 밀어주는데 전혀 시원하지 않다. 왠지 모르게 눈물이 맺혔다. 살길 바쁘다고 아버지가 늙는 것을 보기만 한 것 같아 너무 속상했다. 목욕이 끝나고 식당에 갔다. 식사가 끝날 무렵 아버지의 상태가 이상했다. 갑자기 동공이 풀리더니 몸이 이상하다며 쓰러지셨다.


나는 당황하기 앞서 침착해졌다. 애써, 제발 나를 보라고, 눈감지 말라고 간절히 애원하며 볼을 감쌌다. 그러고는 흉부압박을 했다. 그렇게 배웠는데 막상 하려니 정신이 아득했다. 간신히 정신줄을 부여잡고 아버지의 가슴을 눌렀다. 아파서인지 압박이 먹혔는지 아버지는 얼마 지나지 않아 눈을 떴다. 119를 부르지 뭐 하냐, 왜 인공호흡 안 하냐, 주위에서는 이 상황에도 훈수질이다. 아무도 119를 부르거나 뭘 하려는 사람은 없었다. 옆에 있던 조카가 119를 불렀다. 도착했을 때 아버지의 정신은 돌아왔다. 그 상황에서도 아버지는 괜찮다며 응급차를 보냈다. 집에 가겠다는 아버지를 겨우 설득해 응급실로 향했다.  


이번이 벌써 4번째. 그동안 병원에서 원인을 찾지 못했다. 여러 검사를 해봤지만 뇌, 심장은 정상이었다. 이유 모를 실신이라나. 이번엔 달랐다. 부교감신경이 과하게 작동해 실신했다고 한다. 그럼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묻자 몇 가지 조심하라고 일러준다. 병원이 원망스러웠다. 스스로의 원망을 어디론가 돌리고 싶었나 보다. 응급실에서 천장을 바라보는 있는 아버지를 보고 엄마가 떠올랐다. 나는 사건이 터지고 나서야만 부모를 챙기는 아들이었다.


앞으로 이런 일이 또 없으리란 법은 없다. 아버지는 많이 약해졌다. 연세를 무시해서도, 아버지가 괜찮다고 하는 말을 믿어서도 안된다. 우리 아버지는 자식들이 또 병원살이를 할까 봐 몰래 연명치료 거부 신청을 한 분이다. 자신의 몸보다 응급실에서 자식들이 돈 쓰는 걸 더 무서워하는 그런 분이다. 잊지 말자.


막상 이렇게 생각해도 있는 일이 많이 없다. 조금 건강을 챙기는 것, 자주 전화하고 찾아뵙는 것. 그게 지금보다는 아버지를 행복하게 있는 방법이다. 지금 당장 할 있는 일이면 자주 하자. 매일매일 전화하자. 시간 없다 피곤하단 핑계는 제발 처박아두자. 다만 몇 초라도 좋다. 매일 목소리를 듣고 일상을 전해야겠다. 이런 다짐이 잊히려 할 때마다 글을 찾아오자. 있는 다하자. 제발 방관하지 말자.




이번 글에서 느낀 점은 쓰지 않겠다. 다른 건 몰라도 매일 전화하는 건 지키겠다. 바쁘다는 핑계로 소중한 것을 가만 두지 말자. 소중한 것에 우선순위를 따지지 말자. 아무리 바빠도 가족이 우선이다.




다음 글은 나중에 생각해 봐야겠다. 일단 글을 마무리하고 전화부터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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